응급실 책임자의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침
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 '복지부·의료계·시민단체 합리적 의견 모아야'
2012.07.16 11:00 댓글쓰기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마련에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저마다 반발하면서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에서 따끔한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장인 서울의대 송경준 교수[사진]는 건강세상네트워크를 통해 ‘응급의료 시스템의 합리적 개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복지부, 정확한 근거와 현실적 의료자원 배치 검토 필요”

 

송경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무능하면서도 게으르기까지 하다”고 날을 세우면서 “법률개정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시행 3개월을 놔두고서야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역 및 권역 응급의료센터 전문의가 당직을 서도록 규정했던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관련 학회와 직접적인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변명으로 해명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더욱이 당직전문의 규정 및 당직일수 제한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의료자원 배치에 대한 고려와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문의 진료에 집착하는 복지부 스스로 세부전문의 제도를 인정하고 진행해온 바 있다. 지금의 당직전문의제를 이와 연결해 생각해본다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오래 지난 전문의 보단 세부전문의 획득 전 전임의나 고년차 전공의가 더 적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의료자원과 그 배치를 보고 실제 전국에서 가능한지, 병원에서 추가로 소요될 수 있는 경비, 이를 어떻게 충당토록 유도할지 등에 대한 고려와 언급이 병행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국민들 바람에 대답할 의무 있어”

 

의료계 역시 희생 없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전문가 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때라는 의견이다.

 

서운한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고 만약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라면 이를 설득ㆍ설명해야 할 몫도 의료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VIP 환자를 예를 들면서 “극단적이긴 하나 응급실에 근무하다 보면 이른바 VIP 대접을 받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런 환자들의 경우 최종의사결정자가 단숨에 환자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많은 검사들의 해석도 빨리 이뤄지며 필요한 시술 및 수술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든 국민들은 VIP가 되길 원하지만, 이 같은 당연한 바람에 의료인들 스스로 부응하고 있지 못하기에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응급실에 내원한 응급환자라면 최선의 진료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는 귀빈 대접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한다”며 “전문가라면 전문가답게 먼저 지혜를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의 바람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의료비 부담 동의해야”

 

시민단체의 경우 현재 반발하고 있는 정서를 이해하면서도 합당한 의료비 부담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응급실에서 인턴과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은 것에 대해 응당한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당직전문의들에게 지불되는 비용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고 흔쾌히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당직전문의의 다음날 외래진료와 검사, 시술에 미쳐질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공동의 몫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응급실 당직전문의 진료를 선언만 하면 진행될 수 있는 단순한 요금인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이처럼 복지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 논의 주체들이 하루 빨리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차분의 논의해 가야할 때이라는 제언이다.

 

송경준 교수는 “비상진료체계를 위해 필요, 희생, 제한점 등이 무엇인지 차분히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남을 평가하기 전 본인에게 겨누어진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때다. 인정하고 신뢰하기 시작하면 이미 논의는 결론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매듭지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