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후배 의원들이 성공하고자 한다면
정의화 국회의장
2014.07.10 08:08 댓글쓰기

"인간 존중 바탕으로 사회 그늘진 곳 배려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흔히 국무총리를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라 하지만 서열로 보면 국회의장에게 제격인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국가의전 서열 2위이고, 대법원장과 함께 3부 요인에 들어가는 국가 절대 권력의 자리다. 최근 헌정 사상 최초로 의사 출신이 이 요직에 이름을 올렸다. ‘5선 의원’으로, 정계에서 일가를 이룬 정의화 의장에게 ‘의사 출신’이란 타이틀은 그의 일부분만을 조명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정치인생 내내 자신의 몸에 의사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드러내왔다. 인술로서의 의술을 펼친 그에게 히포크라테스 정신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선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 출신 정치인에서 대한민국 국회 수장으로 곧게 선 정의화 의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Q. 국회의장 선출 소감

 

세월호 참사 이후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타난 우리사회의 크나큰 적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요즘 3~4시간 자면 깰 정도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국가 대개조론을 이야기하시는데, 국회가 먼저 바뀌지 않고는 불가능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엄중한 시기, 국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신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며, 또한 전후반기 의장이 단절 없이 선출된 것이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게 온전히 주어진 2년이라는 임기동안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국민의 편에서 일하는 국회의장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선 인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거기에 걸맞은 품격 높은 국회를 만들어 가야합니다. 대립과 갈등 대신 대화와 타협의 박수소리가 들리는 ‘화합의 전당’,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는 ‘소통의 전당’, 국민을 위해 365일 일하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Q.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전문가 영입케이스로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오랜 의사 생활을 접고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는데, 어떤 포부를 갖고 정치에 입문하셨는지

 

당시 저는 미세혈관수술의 대가로 평가받던 소위 잘 나가던 신경외과 전문의였고, 봉생신경외과를 종합병원으로 키워 일자리 천백개를 창출한 나름 성공한 의사 CEO였습니다. 그런 제가 정치인이 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과도 같습니다. 저는 ‘환자로부터 생긴 이익은 환자와 사회를 쓰여져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문화재단과 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당시 극도로 악화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영남과 호남의 의사, 교수들과 함께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YS가 역사바로세우기를 천명하면서 신한국당에서 공천혁명을 단행했고, 전문가 영입케이스로 발탁돼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의사를 그만두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정치를 통해 병들어가는 우리사회를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일념에서였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에 의사로서의 경험과 철학 많은 도움 돼"

 

Q. 의장님은 대표적인 화합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이 첨예한 보건의료계에 조언 부탁

 

제가 대표적인 화합형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지역감정의 해소와 동서화합을 위한 한길을 뚜벅뚜벅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보건의료계는 다수의 직업군이 포함돼 있어 이해관계가 난마와 같이 얽혀 있고, 그 갈등의 뿌리도 깊기 때문에 한 번씩 갈등이 분출할 때마다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데에는 우리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과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저는 취임 일성으로 여야 중진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 원로회의체’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보건의료계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군이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갈등과 이해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을 갖춘 분이 많이 계십니다. 보건의료계도 각각의 분야의 원로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 각종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이해관계의 중재를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정치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정치인 생활에 있어 의사 출신이란 점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30여년이 흐르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국회의사당에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선서를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의술은 인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의사와 정치인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인이 되고서도 의사로서 생명의 고귀함, 삶의 소중함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며 의정 활동을 펼쳐왔고, 그것이 제 정치 인생의 목적 중 하나인 ‘건강사회’ 실현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건강사회는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서로 배려하고 신뢰가 충만한 사회, 부정부패가 없는 맑은 사회를 의미합니다. 또 제 정치 인생 평생의 화두인 동서화합과 남북통일, 국민대통합도 결국 건강사회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로서의 경험과 철학이 정치 인생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의사 출신 정치인의 장점은 무엇보다 온 몸으로 체득한 인간 존중의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 사회에 대한 봉사 자세는 의사 출신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또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점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프로의식, 수술을 할 때 모든 면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점은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단편적인 시각에 머물지 않고,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신경외과 전문의였는데, 외과의사 바이블을 보면 외과의사가 갖춰야할 요건으로 ‘Eyes of an eagle, heart of a lion, hands of a woman’이 있습니다. 독수리의 판단력, 사자의 담력, 여성의 섬세함을 의미합니다. 30여년간 신경외과 전문의로 살아오면서 체득한 이 세가지 요건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새해 예산안 처리,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적절히 발휘된 것 같습니다.


Q. 반대로 한계도 있을 것 같은데

 

의사 출신 정치인은 의사 출신이라는 것이 장점이자 때로는 한계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의사 출신 정치인에게는 의료분야 전문가라는 고정된 관점이 큰 정치를 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의정활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뿐만 아니라, 재정경제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간사와 위원장,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각 분야에서 국감 베스트 국회의원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늘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거침없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Q. 현재 국회 내에 많은 의사 출신 정치인이 있다.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으시다면 

 

의사 출신 정치인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말씀드린 것처럼,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서의 장점은 살려 나가되, 그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하실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사로서 온몸으로 체득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헌신 그리고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토대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소통하고, 선배·동료 의원들에 대한 존중과 경청을 통해 의정활동을 해 나간다면 어느 사이에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의사 출신 정치인이라는 외부의 선입견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저의 화두인 ‘건강사회, 동서화합, 남북통일’과 같은 자신만의 화두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도전과 경험을 끊임없이 해 나가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건강사회·동서화합 그리고 남북통일 실현 위해 최선"

 

Q. 향후 계획과 포부는


5월 30일 시작된 국회의장으로서의 임기가 이제 한달 여 지났습니다. 국가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었기에, 저에게 온전히 주어진 2년의 임기 동안 국민만 바라보고 걸어 나갈 것입니다.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국회가 국민들께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뜻을 경청하고 소통하는데 국회가 중심에 설 것이며 여야간 화합과 상생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또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건강사회, 동서화합, 그리고 남북통일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의료계에서도 앞으로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Q.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헌정 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국회의장이 된 것에 대해 우리 보건의료계에서도 많이 기뻐해 주시고 축하해 주신 것에 이 자리를 빌어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보건의료계의 여러 현안에 대하여 항상 관심을 가져 왔음을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국회의장이 된 지금으로서는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며, 더욱 더 국민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국회의장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의료인의 사기, 열정은 우리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의료인의 목소리를 듣고, 의료계의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박대진‧민정혜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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