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또 심평원 겨냥…'심사기능 이관'
'재정 효율성 위해 권한 필요'…양 기관 감정대립 심화 예고
2012.09.19 18:05 댓글쓰기

건보공단이 또 다시 심평원 심사업무 이관 카드를 꺼내들었다. 건강보험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심사 및 현지조사권 등의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일 보건전문 매체 워크숍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심사기능이 없어 효율적인 재정 관리가 어렵다는 주장을 수차례 해왔다.

 

현재룡 건보공단 급여관리실장은 워크숍 설명회에서 "급여결정에 관한 기관 간의 역할분담이 분절적으로 이뤄진 구조로는 재정 책임성을 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실장은 이어 "의료행위와 약제, 치료재료 등의 보험급여 여부, 가격결정 등에서 건보공단의 역할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며 "그 기능의 대부분을 보험 재정의 책임성이 없는 심사기관을 통해 수행하는 실정"이라며 사실상 심평원을 겨냥했다.

 

심평원 2000여 명의 직원 중 순수하게 심사에 관여하는 직원은 50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나머지 인원은 현지확인 등 본래 기능과 상관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현 실장은 심평원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재정 인식이 부족해 급여비가 당초 추정치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치료재료 등의 급여비가 30%가량 추가 지출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2조453억원 규모인 치료재료를 보험자가 공급자와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토록 하고, 약가도 가격 관련 사항인 경제성 평가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의약품도 신약과 같이 보험자가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료재료와 의약품 실거래가 조사 등은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으며,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건보공단이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현 실장은 "2000년 심평원 분리·독립에 따라 보험자가 아닌 심사기관이 의료공급자로부터 직접 진료비를 청구받고, 보험자는 심사결정내역에 따라 급여비 지급만을 수행하는 왜곡된 구조가 탄생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문심사가 필요치 않은 의원과 약국 등 단순청구 건이나 포괄수가 적용까지 모두 심사기관을 거쳐 재정 낭비가 발생한다"며 "진료비는 당연히 지불책임이 있는 보험자에게 직접 청구하도록 개선하고, 보험자가 판단해 전문심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위탁하도록 하는 등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 실장은 "법 이전에 보험자가 수행해야 할 당연한 권리자이자 책무이므로, 유사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같이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을 현지확인할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 "공단 주장 대응할 가치 없어"


건보공단의 심사기능 강화 주장에 심평원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건보공단의 주장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이는 당연한 우리의 업무를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건보공단이 정말 심사기능 등을 가지고 싶다면 복지부와 공단, 심평원이 한자리에 모여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시 강조하지만 심사는 당연한 우리의 업무이며, 대응하지 않겠다. 공단이 쇄신위를 통해 이런 주장을 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건보공단이 심사기능을 확보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 설득이 급선무다. 야당을 중심으로 건보공단의 심사기능 강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보건 담당 당직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며, 건보공단은 본연의 업무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과정을 예고한다. 감사원은 지난 2006년 관련 내용을 지적했지만, 복지부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의식한 듯 박병태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는 "기관 간의 이기주의로 봐주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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