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 '절름발이' 우려
건강보험법 개정안 복지위 계류…의원들 '복지부 늑장행정' 질타
2015.02.26 20:00 댓글쓰기

보건복지부의 늑장 대처로 허가-특허연계제가 절름발이 신세 위기에 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허가-특허연계제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 관련법인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통과시키지 못한 채 정회했다.


해당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허가-특허연계제 시행 후 제네릭 판매제한에 따른 오리지널 약가 유지로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그 금액을 제약사에게 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1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련 특허가 부실하다고 판명되면 이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자는 제네릭 시장 진출로 인한 약가 인하차액 30원을 건보공단에 내놔야 한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 건보법이 전체회의에서 제동이 걸린 것은 충분한 심의가 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법안의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사실, 해당 건보법은 통상적 입법 절차인 정부나 의원안으로 발의되지 않고 법안소위 허가-특허연계제 심의 과정에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레 꺼낸 법에 대해 법안소위 위원들은 복지부의 미비한 준비과정을 질타하면서도 복지부의 뜻에 따라 위원회안으로 심의, 의결했다.


판매제한 후 부실특허 판명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당 법 처리를 한두 달 늦춘다 해도 건강보험 재정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3월 시행되는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직후 건보법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추진했지만 다국적제약협회 등에서 이견이 많이 제기돼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이 법이 약사법과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건보법 시행 전 남용된 건보 재정 징수가 불가능해진다”며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도 완성도 높일 것이냐 vs 선례 남기지 않을 것이냐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허가-특허연계제의 완성도를 위해 건보법를 통과시킬 것인가, 해당 법안을 한두 달 뒤에 처리하더라도 선례를 남기지 않을 것인가.


이명수 새누리당 법안소위장은 전체회의에서 “소위에서 이 법을 심의했지만 통과시키고 싶지 않았다. 법안 발의가 늦어진 경위를 설명해 달라. 허가-특허연계제 준비에 문제는 없느냐”며 복지부에 날을 세웠다.


법안소위 위원인 같은 당 문정림 의원 역시 “이 법은 정부나 의원안으로 발의되지 않았다. 정부입법이 3월 말 완료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정부입법 절차를 거쳐 국회 심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표결처리를 해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발의 과정과 검토보고가 없는 법안은 처음 본다. 이의 제기는 당연하다. 관계자의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체회의로 넘어왔다면 협의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표결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지금 법안소위에서 심의한 결과가 위법하지 않다”며 “이번에 건보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허가-특허연계제가 법적 미비점을 갖고 출범한다. 제도를 완성된 상태로 출범시키는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동익 의원 역시 “허가-특허연계제 시행이 3월이면 복지위 소속 의원들 역시 해당 법안을 검토할 의무가 있었다. 입법정비 책임은 의원들에게도 있다”며 “그런 만큼 서로 간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선례를 남기는 것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회의 운영의 총책임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위원장이다.


법안소위에서 제안돼 위원회안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 논쟁이 있는 쟁점을 표결로 처리하는 것 등은 전통적으로 ‘합의의 정신’에 따라 운영돼 온 복지위 운영 원칙과 맞지 않고, 악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김 위원장은 복지부의 행태에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복지부에 “FTA 시행은 이미 나와 있는 일정이다. 법안 제출조차 못했다. 국정 수행을 이렇게 하면 안된다”며 “절대로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 일갈했다.


또한 “위원회안인데 정작 위원장이 내용 숙지를 못했다. 복지부에서 위원장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위원장으로서 오늘 표결하지 않겠다. 반대하는 의견이 있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복지부는 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만약, 건보법이 처리되지 않을 시를 대비할 수 있는 경과 조치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임시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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