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 그리고 의사와 병원
2015.03.12 11:22 댓글쓰기

[수첩]"김영란법에 대해 비판이 있지만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라는 법 취지는 국민의 뜻이자 시대정신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영란법 국회 통과 후 한 말이다.


지난 3월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을 재석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통과시켰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보고한 지 3년 9개월 만이다.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라는 ‘국민의 뜻’과 ‘시대정신’은 의료계에도 요구됐다.


국공립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봉직 의사는 물론이고 사립학교 교직원 신분인 대학병원 교수도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 된다.


의료계는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로 금품수수 관련 규제를 받고 있는데, 김영란법은 대가성 등을 ‘불문’하고 ‘배우자’ 또한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교직원에게는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안에서는 국공립대학교 교직원이 그 대상이었는데,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심의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직원도 포함됐다.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길 바라는 입법자의 결단이 반영된 것이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10일 서강대 다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적용대상이 민간분야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뜻밖에 국회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분야를 추가해서 사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데에 비해서 민간분야에 대하여는 적용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이를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만 할 수 없다”며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사실, 공직자에 준하는 윤리의식을 강요받게 된 의료계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의 말대로 갑작스러운 '추가' 적용이었고, 이미 리베이트 쌍벌제로 금품수수 관련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러한 탓에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의료계 교직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족쇄’, ‘숨통 조이기’ 등의 표현을 쓰며 반발감이 피력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리베이트 척결은 의사윤리강령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이자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반영하는,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당면과제다.


제약계의 리베이트 중단 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의료계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회에서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계를 향한 사회적 요구와 현실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선한 결과가 예상돼도 제외된다. 리베이트가 더 나은 환경 구축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김영란법을 계기로 의료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면 좋은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에는 “의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 의학실력과 윤리수준으로 의술을 행함으로써 의사로서의 품위와 명예를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김영란법이 논란을 넘어 의사로서의 품위와 명예가 지켜지는 건강한 의료계를 만드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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