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과 접목돼 거듭나는 '해부학'
Anatomage Table 등 융합적 제품 관심 의학교육 발전 토대 마련 기대감
2013.10.23 17:56 댓글쓰기

201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앞 글자를 딴 ‘TED’ 강연이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까다로운 신청서를 제출하고, 참가비 7500불을 지불한 사람만이 직접 들을 수 있는 TED 강연은 현재 자체 사이트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전세계 최신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는 한국인 최초로 연자로 이름을 올린 이가 있었다. 바로 Anatomage사를 설립한 최원철 대표였다.

 

최원철 대표는 명실공히 최고 아이디어의 향연장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이번 강연에서 세계 최초의 가상 인체 해부대 ‘Anatomage Table’을 소개했다.


Anatomage Table은 인체해부 본연의 가치를 지키면서 해부학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한 ‘세상을 바꿀 혁신제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IT기술 발달…해부학 새로운 발전 방향 제시

 

그동안 인체해부 실습은 의학교육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기존 Cadaver 실습은 여러 가지 제한되는 요소가 많았다.


해부용으로 기증되는 사체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지만,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나 법률적인 제약으로 인체해부 자체가 금기시되는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해부학에 대해 지난 수백 년간 별다른 발전이 없었던 학문이라는 이야기도 제기되고 있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가 달라질 리가 없고, 늘 제한된 상황 속에서 같은 방식의 실습이 이뤄지다 보니 눈에 띌만한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및 영상, 터치 등 IT 기술의 비약적인 성과를 해부학과 접목시킨다면 교육의 대중화 및 활성화 등 해부학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은 Anatomage Table을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류임주 교수는 “해부학은 위험하고, 무섭다는 인식이 있으나, 3D 그래픽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natomage Table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Cadaver와 달리 닳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생 본인이 원활 때마다 언제든 반복학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 역시 Anatomage Table을 접한 이후 해부학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류임주 교수는 “그러나 ‘사체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료윤리학 관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피부조직, 장기 등에 대한 촉감을 느끼는 부분에 있어서도 제한점이 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대 뿐만 아니라 한의대, 치대,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응급구조학과 등에서는 해부용 사체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한 간호학과 관계자는 “사체 기증자가 많지 않은 관계로 의과대학 역시 Cadaver 확보가 쉽지는 않겠으나, 다른 의료 관련 학과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며 “결국 해부학 실습을 위해 중국으로 연수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해부학과 IT 기술의 대표적 융합체 ‘Anatomage Table’

 

앞서 TED 강연에서 소개된 Anatomage Table은 해부대에 오른 실물 크기의 인체영상을 손으로 만지고, 잘라가면서 해부실습을 할 수 있는 쌍방향 터치시스템을 갖췄다.


실제 인체의 영상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생한 신체 내부 모습이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기능별, 부위별, 조직별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들의 총체적 연결성과 주변 기관과의 연계과정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Anatomage korea에서 기자가 직접 체험한 Anatomage Table은 반복적인 학습 효과 및 신체의 신비로움과 해부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Anatomage Table은 ▲고성능 3D 영상 구현 ▲모든 의료영상과 호환 ▲시뮬레이션 기능 ▲주석정보 구현 ▲의료영상과 3D 모델의 완벽한 융합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촬영된 영상진단 파일만 있다면 손쉽게 스크린을 통해 3D 영상으로 어떤 부위가 문제가 있는지 일반인이 봐도 확인이 가능하다.

 

Anatomage korea 김기현 이사는 “미국의 경우 의대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개구리, 토끼 등 동물 해부교육에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구매한 경우도 있다”며 “Anatomage Table은 해부학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Cadaver와 다르게 반복해 사용할 수 있고,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효과적인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Stanford medical School,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University of North Texas, 영국 Imperial College 등에서는 Anatomage Table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실습 참여자는 “단기간 내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좋았다”며 “Anatomage Table은 사용자와 대화형으로 설계돼 있어 해부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고 답했다.

 

해부학 대중화 단면…흉악범죄 등 악용 우려

 

Anatomage Table의 가격은 1억 2천만원대이다. 따라서 교육기관 외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가격적인 부담감이 따른다.


그러나 현대 IT기술의 발전은 Anatomage Table과 같은 발명품 개발이라는 장점 외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해부영상을 습득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7월 경기도 용인에서 10대 여성을 목졸라 살해한 후 공업용 커터칼로 시신을 수십조각으로 해체한 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범인은 경찰조사에서 동영상을 통해 해부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해부’라는 단어만 넣어도 곧바로 관련 사진 및 검색어가 검색되는 등 마음만 먹으면 해부 관련 동영상 습득은 어렵지 않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포털사이트 측에서 검색제한 요소를 강화하고 있으나, 범람하는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모든 사이트를 차단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기현 이사는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올바른 해부학 교육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흉악범죄와 같은 IT 기술 발전의 반대급부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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