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행 '진료비 청구실명제' 위헌 소지'
고한경 변호사 '영업·직업수행 자유 침해…당위성도 결여'
2012.11.01 20:00 댓글쓰기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진료비 청구실명제'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법리적 해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복지부장관까지 제도 도입을 천명하는 등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정부와 의료계 간 법정공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법무법인 LK파트너스 고한경 변호사는 최근 대한병원협회지 기고문을 통해 청구실명제에 관한 법률적 고찰 결과를 전했다.

 

고 변호사는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청구실명제는 최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되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청구실명제는 병원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때 특정 정보를 추가로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5조에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보면 의사가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 개인정보 제공을 감수해야 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 혹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한경 변호사는 복지부가 청구실명제 도입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는 환자의 알권리 보장과 부당청구 근절을 위한 의료인의 책임성 제고에 대해서도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요양급여비용 청구서는 소비자와는 실질적으로 무관한 ‘요양기관’과 보험자인 ‘정부’ 사이에 오가는 서류인 만큼 환자에게는 원천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서류라는 얘기다.

 

또 이미 환자는 직접 접근이 가능한 진료기록부나 처방전 등을 통해 담당 의료인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일부러 수고스럽게 청구서까지 찾아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고한경 변호사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이유로 청구서에 의료인의 실명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며 “복지부가 제시하는 청구실명제 도입목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허위청구·부당청구 근절 유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청구서에 담당 의료인 실명을 기재토록 함으로써 책임의식을 고취하자는 의도는 타당해 보이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하면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 변호사는 “1인 의원이나 소규모 의원에서는 의료기관이 곧 의료인”이라며 “내 이름으로 청구하는 것과 의원이름으로 청구하는게 책임의식 측면에서 무슨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규모가 큰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의료인 실명과 허위·부당청구가 더욱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장이 아닌 다음에야 진료의사는 부당청구의 동기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허위·부당청구를 하는 주체는 그 이익이 귀속되는 사람일 것”이라며 “월급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이익이 없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허위·부당청구에 대한 책임감 제고를 위해 실제 청구와는 무관한 의료인의 실명을 기재토록 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덧붙였다.

 

즉 환자의 알 권리나 부당청구에 대한 책임감 제고라는 도입목적과 청구실명제 사이에 큰 연관을 찾기 어려우므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게 고 변호사의 견해다.

 

고한경 변호사는 “청구실명제는 진료패턴 관리를 통해 본격적인 차등수가제로 가지 위한 서막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며 “자유를 제한하고 통제를 내면화하는 정보수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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