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그리는 보건의료정책
'출산율 1위·자살률 최하위 국가 만드는게 정치 역할-복지위 인원 적어 의외'
2014.01.06 20:00 댓글쓰기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정치인은 사람의 삶을 살린다.”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전하는 의사와 정치인의 교집합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안철수 의원은 극복해야 할 시대 과제로 ‘불안 해소’를 꼽았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나, 제공하는 의료계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다. 그래서일까. 안철수 의원은 의료계와의 스킨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의사의 정체성과 함께 정치인으로서 풍모를 겸비하며 고지 점령을 위한 디딤돌을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 그런 만큼 의료계에서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삶과 그가 그리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사 출신 정치인은 무엇이 다를까, 그가 느낀 의료계 가장 큰 문제를 무엇일까. 데일리메디가 만나봤다.

 

Q. 국회 입성 8개월째다. 등원 시 계획한 것은 무엇이고 잘 이뤄지고 있는지

 

A.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1년이 안 됐다. 이제 8개월째다. ‘1년 되려면 몇 달 더 지나야 겨우 채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에 왔다. 법안 한 줄이 국민의 삶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며 출산율 1위, 자살률 최하위인 국가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제기한 문제들을 끝까지 살필 것이다. 또 민생현장 방문과 의정활동을 통해 지속해서 입법과제와 제도개선 과제를 찾고 해법을 마련할 것이다.

 

Q. 국회에 입성하며 활동 무대를 보건복지위원회로 정한 이유가 궁금

 

A. 작년 7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냈는데 책이 주장하는 바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드는 일이 우리 시대 과제라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가난이라는 문제를 산업화로, 자유에 대한 갈구를 민주화로 극복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그게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것은 한국형 복지사회를 만듦으로써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한국 현실에 맞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일로 규정했다. 그것을 이루는 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보건복지위원회다.

 

Q. 보건복지위 활동 소감은

 

의외였던 점이 활동 위원 수가 21명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상임위가 매우 중요한데 다른 상임위가 30명이 넘는 것에 비해 규모가 작다. 또 초선의원이 대부분이고 비례대표가 많다. 그게 참 의외다 싶었다. 좋은 점은 정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라고 느꼈다. 복지에 대해서는 특히 대선을 통해 많이 근접해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위원회여서 지금까지 많이 배우면서 8개월 지내고 있다.

 

Q. 의사 출신이라는 점이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A.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정치인은 사람의 삶을 살리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영역 간에는 분명히 교집합이 있다. 의대를 다녔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경험들이 있다. 무의촌에서 봉사진료를 하면서 돈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달았다. 또 특히 요즘은 현장에 많이 간다. 얼마 전에는 라파엘클리닉에서 약 싸는 봉사활동도 하고 왔다. 오랜만에 수많은 의사에 둘러싸인 서울의대 동창회도 갔었다. 이렇게 다니는 이유는 현장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생각들이 지금 상임위에서 정책을 만들고 법안을 만들 때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의사 출신이라 의료계도 주목했다. 의료계 기대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A.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살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대수준이 높으니까 거기에 맞춰야 한다. 특히 이슈들이 보건과 복지 중 복지 쪽에 많이 치우쳐 있다. 보건의료 쪽에 쟁점도 많고 상대적으로 정말로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일단은 복지가 우선이 되는 형국이다. 이게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적다 보니까 복지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저는 균형을 맞출 수 있겠다 싶다.

 

Q. 그간 의료계에서는 의사 출신 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실망이 컸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국민을 우선으로 봐야 하고, 지금까지 거기에 입각해 판단해 왔다. 이는 정치 생활을 하며 변하지 않을 소신이다. 다만,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지난달 24일 했었던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관련 긴급토론회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관련 주제로 토론회를 연 것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토론회에서 의료계 6개 단체가 모여 의견을 나눴다. 또한 저 역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Q. 보건의료는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그 안에서 중심을 지키기 위해 세운 철학 혹은 소신이 있다면

 

A. 우리 사회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보건의료인들의 철학일 것으로 생각한다. 보건의료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공공성이 큰 분야다. 그런 만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의 생명권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다. 단순히 이해관계와 직능 간 유불리를 따질 분야가 아니다. 어떤 이해관계보다도 소명의식이 우선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중심을 지키겠다.

 

“현 보건의료 정책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통 부재-수가 정상화 필요”

 

Q. 보건의료 정책에 지향점이 있다면

 

A. 등원 전에 세 가지 의정 비전을 말씀드렸다. 서민과 중산층을, 경제민주화와 일자리를 먼저 생각하고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말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분들의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이다. 이는 지금도 변함없다.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중산층도 가족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60대 이상은 서민과 중산층을 막론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국민 대다수가 건강문제로 불안한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재난적 의료비 문제 해결과 건강한 노년의 삶, 즉 건강수명 문제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살필 것이다.

 

Q.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A.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의료계 상황을 보면 보건의료 직역 간의 문제, 정책 수립‧집행‧평가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처럼 수많은 정책현안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보건의료인-국민들 간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시적인 대화와 협의의 장을 만들어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신뢰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보건의료인-국민들 간 소통이 모든 문제 해결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Q. 소통 부족 탓인지 정부 주도 의료정책으로 인해 의-정 충돌이 빈번하다. 정부 중심의 건강보험제도나 의료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A. 현재 의료정책은 공익성을 띠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평가해도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국민들에게 공익적 측면에서 역할을 많은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다. 지금 의료보험 수가제도 자체도 원가 이하의 수가 탓에 비급여로 보전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이지 않나. 그것 때문에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계속 증가해버리는 상황이다. 이걸 어떻게 바로잡을 것이냐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비급여로 보전하다가 안 되니까 자회사로 가는 것은 안 된다. 정부는 일반 국민들에게 앞에서는 의료보험에서 이렇게 많이 하고 있다고 일종의 생색을 내면서 결국 실제 국민들 부담은 줄지 않는 상황이 된다. 그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정부가 일부 의료영리화를 일부 추진하고자는 하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에서 의료기관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A. 의료서비스를 민영화해서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 의료기기나 신약 등 제품을 통해 얼마든지 수입보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쪽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고, 오히려 수출 효과 등이 클 것이다. 또 그렇게 해야 더 큰 산업이 되고 많이 유입되는 고급인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의료서비스를 영리화 하면 결국 경제논리 때문에 점점 더 약자들은 소외되고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미국처럼 돼 버리면 안 되지 않나.

 

Q. 의료계가 원하는 것은 수가 현실화다. 수가 현실화 필요성에 동의하는지

 

A. 그렇다. 수가가 정상화 돼야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는 것은 절대로 곤란하다.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능하다면 지금 비급여로 돼 있는 부분까지도 급여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어느 정도는 반영됐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본다.

 

Q. 지난 국정감사에서 건강보장을 목표로 비급여, 수가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A. 수가제도는 실질적 건강보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현재의 수가제도는 환산지수 외에 몇 가지의 가산금제도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가산금 제도가 대형 의료기관들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환자와 건강보험재정에서 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OECD의 사회통합 보고서(2013)의 권고는 병원 규모에 따른 인센티브에서 질에 의한 인센티브로 전환하라고 하고 있다. 현재의 협상 구조는 공급자들 사이에 의료의 질 향상이나 비용절감을 위한 경쟁을 조성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의 수가협상이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의 질을 담보하고, 효율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가협상의 방향을 연구하고,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갔으면 한다.

 

Q. 비급여 체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비급여의 항목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표준화된 진료항목에 대한 병‧의원 간 가격비교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비급여로 결정‧조정되는 진료행위, 치료재료, 약제에 대한 현행 절차를 개선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의 존재는 충분한 건강보장에 장애가 된다.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으로 재정 확충이 어렵다면, 현행 법령하에서도 부당하게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임의 비급여에 대한 관리체계만 개선하더라도 국민들의 실질적 건강보장은 이루어질 것이다.

 

Q. 지난 대선에서 비급여 단계적 급여화, 병원 입원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의원으로서의 정책 입안이나 창당하는 정당 보건의료정책 기조에 연속성은

 

A. 국회 정책 입안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가제도 관련해 건보공단에 질의한 적이 있다. 최근의 수가협상 결과를 반영해 현재의 수가제도가 가지고 있는 규모와 시설에 따른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고, 질과 효율성을 반영하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안철수의 약속>은 대선공약이었지만, 국회 정책입안으로 연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물론 <안철수의 약속> 공약 중 문제가 있는 것들은 점검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다. 정당은 아직 없지만 생긴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Q. 보건의료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후속조치가 있는지

 

A. 지난 정기국회를 통해 도출한 10대 입법과제 중 보건의료분야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등이다. 이중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서는 법안발의를 한 상태다. 19대 하반기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를 계속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앞서 언급한 과제들뿐 아니라 더 많은 숙제가 놓여있다.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정책을 만들 때는 어떠한 과정을 통할 것이며, 평가는 어떤 지표를 가지고 할 것인지, 평가결과는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수많은 과제를 해결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처 간 벽 허물어 부실의대 문제 해결해야”

 

Q. 갈 길이 먼 문제가 또 있다. 따님을 낳았을 때 아내 김미경 씨가 레지던트 1년 차여서 육아를 병행하느라 어려웠다고 알고 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나

 

A. 개선이 안 됐다. 그때는 병원 분위기가 애를 낳으면 민폐 끼친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때 서울의대에 여학생이 10%밖에 안 됐을 시절이다. 지금은 20%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씩 여의사가 늘어나면서 달라지는 것으로 듣고는 있는데 여전히 보육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레지던트 하면서 애 낳는 것에 대해 눈치를 봐야 하고 또 한 달 이상 쉬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는 중소기업도 그렇다. 국민 대부분이 여전히 그런 상황이다. 출산율 낮다고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할 것처럼 이야기만 하고 그걸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의료계는 부실의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

 

A. 평가해서 퇴출하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고 그래야 수준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국가 전체적인 의사 인력 수급 관점에서 그럴 수 있느냐 하는 고민의 지점이 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의대 정원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것은 교육부만 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야말로 교육부 장관, 복지부 장관뿐 아니라 국무총리나 대통령까지도 서로 협의를 해서 풀어가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 정부에서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 부처 간 벽들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Q. 젊은이들의 멘토로 유명하다. 젊은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하루 100명씩 환자를 보면 워낙 힘들어서 일상에 파묻혀 자꾸 잊는 것 같다. 사람 고치는 게 의사라는 것을 말이다. 일상에 매몰돼 허덕이다 보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병만 보인다. 그게 참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소명이나 의사 될 때 마음가짐을 잊고 병만 고치는 일종의 기능직으로 생활하기 쉬운데, 힘들 때라도 원래 의사는 사람 고치는 사람이라는 사명감 잊지 않고 계속하면 좋겠다.

 

Q. 의료계에 보내는 새해 덕담 한마디

 

A. 사람의 병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삶을 고치는 일을 가능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의료계다. 치료에 그치지 않고 복지와 연계해 사람의 삶을 구할 수 있는 귀한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다. 사명감뿐 아니라 자부심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일하는 만큼 보람도 있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건 국회에 있는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의대 나온 사람으로 현실 잘 반영해서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국회에서 제 역할 하고, 의료계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자부심, 보람 느끼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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