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제도권에 한의사 편입 논란 가열···의료계 강력 반발
치매안심병원 개설권·인력기준 확대 비난···'진료현장 환자들 혼란 우려'
2021.02.20 06: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가가 지정하는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는 정부 정책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치매 질환에 대한 의학과 한의학의 원리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의료현장에 혼란만을 가중시킨다는 우려다.


특히 한방신경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치매안심병원의 경우 치매검사에 사용하는 현대 의료기기를 운용하는데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포함되고, 그가 설립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공립 요양병원 운영·위탁 대상에 추가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치매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오는 3월 29일까지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치매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인 한의약의 적극적인 활용을 정부에 계속 요구해 왔고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며 "협회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반발했다. 유관학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조만간 복지부에 공식적인 입장도 전달할 계획이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개정안이 발표된 후 의료계에서 공통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며 “복지부에 직접적인 건의를 하는 등 집행부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 중”이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의사와 한의사는 치매에 대한 접근방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진단과정부터 의학과 한의학은 차이가 있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기본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의학과 한의학이 유사한 질문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선 의과의 경우 영상기기 등을 활용한다.
 

뇌혈관 질환이 원인인지, 기억력 감퇴가 원인인지 판별하기 위해 뇌기능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CT나 MRI, 뇌척수액, 뇌파검사나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의사가 이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거나, 혹은 한의사가 원장인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운용하는 데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 소지"
"양한방 협진, 오히려 불편함 가중"
"정부 스스로 국가 관리 책임 포기"

 
치매 질환에 대한 한의학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김교웅 위원장은 “치매 질환에 대한 한의학의 효과가 객관적, 통계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치매 질환과 관련해 가장 최근에 발간된 한의학 논문은 지난 2012년 한의대 교수 15명이 발표한 ‘치매의 한방치료나 한양방 협진치료에 대한 전문가집단의 설문연구’인데, 의과와의 협진이 필요하다는 게 결론이다”며 “한의학 자체로는 치매환자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을 통해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피력했다.


그는 “중국 등 해외연구 중에는 치매치료에 의학과 한의학 협진이 효과를 봤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국내 실정과는 또 다르다”며 “이론적으로는 협진이 효과적이어도 의료현장에선 오히려 혼란과 불편함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을 우선 시행하기에 앞서 안정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복지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19일) 치매질환을 보는 각 의사단체들도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성명을 연달아 발표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치매안심병원 제도에 필요한 전문의 인력은 의과학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갑자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추가한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어 “의학과 한방은 (의학적 원리가 달라) 일원화 될 수 없으며, 태생부터 전혀 다르다”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를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하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구조 자체가 의과학 토대 위에 세워진 기관으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함께 한다고 국민 건강에 무슨 득이 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는 결국 환자와 가족의 피로감과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치매는 신체와 정신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다른 의료진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또한 같은 날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치매에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한의사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발상이 아니다”라며 “치매국가책임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스스로 정책을 부정하고 국가의 관리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복지부가 특정 집단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책임을 다하고,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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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02.20 10:38
    이번 기회에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 하면 되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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