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의료계가 17일 정부의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시킨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4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행위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시켰다.
앞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의료계는 해당 기법이 의료기술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며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고, 의료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의협은 한방 비급여 행위 등재가 한방의 비과학적 행위 및 NECA의 부실한 검증절차, 보건복지부의 묻지마 한방 퍼주기 정책 등 3박자가 이뤄져 초래된 비극적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사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나아가 지역의사회 등은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라남도의사회는 “감정자유기업 창시자 홈페이지를 보면 몸의 경혈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다발성 경화증, 천식, 편두통, 우울증, 백혈병 등 모든 병을 치료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것만 봐도 유사과학임을 더 말할 가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비급여로 시작하지만 이는 자동차 보험과 관련돼 국민의 부담을 대폭 올리게 될 것이고, PTSD 장애의 진단도 남발될 것”이라며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자체 수정을 요구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정부는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통해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집단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 이득과 상관없이 특정 집단에게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묵인하고 방조하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한방에 지나치게 관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