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을 위한 증인 법의관'
2010.12.22 09:17 댓글쓰기
미국의 인기 드라마 ‘CSI 시리즈’, 우리나라의 메디컬 수사극 ‘신의 퀴즈’ 등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범죄 사건에서 사망 환자를 부검해 사망원인을 밝혀내는 ‘법의관’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법의학부가 있고 그 안에는 ‘법의관’들이 있다. 하지만 데일리메디가 만나 본 국과수 법의관은 범죄 수사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날카로운 모습과는 거리가 먼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 법의관이었다.

국과수 박소형 법의관[사진]은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위생병원에서 인턴, 서울아산병원에서 병리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국과수 근무 3년 차를 바라보는 법의관이다.

법의관이 된 계기
박소형 법의관은 법의학도가 된 계기에 대해 의대 생활 이전 부터의 얘기를 꺼냈다. 그는 “대학 진학에 있어 의학과와 타(他) 전공 간에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 전공 면접 자리를 통해 교수가 "자신의 친구들 중에는 의사가 많다. 그런 의사 친구들 주변에는 아픈 환자들이 많고 자신은 활발한 사람들이 많아 자신의 생활이 더욱 활기가 있어 보인다”는 말을 꺼냈는데 이 덕분에 그는 “오히려 그런 아픈 사람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 과정 중 ‘아기 부검’도 했었는데 당시 돌연사한 아기들에 대해 측은한 마음이 들고 사망원인을 꼭 밝혀 유가족에게 잘 전달하는 일에 관심이 커졌다”며 “부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긍정적인 방향도 충분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래서 박소형 법의관은 병리학을 공부하면서 법의관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국과수에서 임무를 맡게 됐다.

범죄수사 드라마는 실제와 다르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인기리에 방영 된 범죄수사 미국 드라마와의 연관성에 대해 묻자 박소형 법의관은 "흔히 아는 법의관은 각종 드라마의 극적인 부분 탓에 과장된 부분이 크다"며 “사건이 있을 경우 긴 시간 고민해봐야 할 것들도 많은데 드라마에서는 일사천리로 정말 빠르고 쉽게 해결 된다. 또한 사실 범죄에 의한 사건은 전체 부검에 있어 그리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돌연사나 병사 등의 비율도 상당히 크고 미국 자체의 부검 절차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그는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듯 미국의 경우 사람이 죽으면 의사인 ‘Medical examiner’에게 보고가 되는데 이들이 부검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경우에는 검시에 대한 권한은 검사에게 쥐어져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상황하고는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부검까지의 절차에 대해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와 사망원인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검사에게 수사보고가 되고 검사는 수사결과를 판사에게 제시, 그 결과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 부검 의뢰를 통해 법의관이 부검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따라서 현재 국과수에서 그는 기본적 임무로 부검에 대한 일을 맡고 있다. 또한 선배 또는 선생님들의 연구에 참여하기도 하고 타 병원 전공의들의 부검 실습 시 관리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과수에서 맡은 일에 대해 일반적인 의사의 역할과 다른 점을 하나 꼽았는데 그는 “일반적으로 의사의 관점은 살아있는 사람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지만 법의관은 대부분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매 순간 유가족에 대한 깊은 절망감을 떠안으며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 사망원인 등의 정보를 제시하면서 인권을 보장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통해서 생존을 위한 대비책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의사로서의 본질은 같다”고 전했다.

또한 “범죄사건 관련 부검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사건에 대한 경향이 나와 범죄연구자들을 통해 사회범죄를 줄일 수 있는 데이터 제시에도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애로사항은?
우리나라의 법의관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 속에 많은 고충이 있을 법도 한데 업무에 있어 그는 “범죄와 같은 사건 사고 이외에 병사(病死)인 경우, 병원이 아닌 기관에서는 관심을 덜 보일 때가 있는데 사실 병사는 훨씬 많은 의학적 지식을 동반하며 고민이 필요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의학적 지식이 모여 데이터화가 되면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해 법의관으로써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일임하고 있는 법의관으로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겁이 나거나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유족입장에서는 굉장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온화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힘들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부검을 하면 사람을 두 번 죽인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부검을 안 하는 상황이면 좋겠지만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부검은 어느 정도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전공의 시절에도 국과수에 파견을 왔었기 때문에 실제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실제 실무를 담당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며 “죽음이라는 것은 실험을 해볼 수가 없어서 증례 문헌이나 경험이 중요해 국과수에 있는 많은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러한 선배들로부터 감정사가 나오기 까지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후회란 없다. 열심히 해낼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아직 경험이 적고 출발선에 있는 만큼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부검 및 사망원인 규정을 통한 인권 보장과 의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사회 환원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고 지식을 쌓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리고 후배 의학도들을 위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도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인 것 같다”며 “나 자신도 이 부분은 부족하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오로지 사회적 인정만 바라고 의학도의 길을 걷는다면 의사로써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아픈 사람들을 만나는데 있어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일에 대한 고충도 덜 수 있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법의관으로써 늘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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