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응급실 의료진 폭행이 좀처럼 수그러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의사와 간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경찰청장을 직접 만나 고충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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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등 의약단체장들은 오늘(4일) 민갑룡 경찰청장을 전격 방문할 예정이다.
의약단체장들이 동시에 경찰청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련의 의료진 폭행 사태에 대해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의료현장에서 폭행사건 발생시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보다 신속한 출동과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칼에 망치까지 동원되는 등 폭행 수위가 점점 흉악해지고 심지어 방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환자안전이 위협 당하고 있는 만큼 경찰당국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찰청장과 면담에서는 폭행 사건 발생시 자료확보 등 초동수사를 강화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속수사 진행과 함께 무관용 원칙을 세워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응급실내 무장경찰 상주 필요성과 함께 의료인 폭행 전담 대응팀(콜센터) 조직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의료진 폭행과 관련해 경찰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무분별한 주취자 응급실 이송부터 폭행 사건 발생시 신속한 조치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병협 앞서 △관할 경찰서와 의료기관 간 비상연락망 구축 △신속한 출동체계 마련 △응급환자 이용이 많은 야간과 사건 다발생 시간대 순찰 강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청원경찰 등 안전인력 채용 및 안전시설 설치에 대해 응급의료기금 활용 등을 통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지난 7월 전북 익산 응급실 폭력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폭행방지 청와대 청원을 주도했지만 20만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앞 시위, 상급종합병원 및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의학회와의 ‘의료인 폭력 사태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회의’ 등을 잇따라 개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인 폭력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힘써 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와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실 주취폭력에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경찰과 병원을 잇는 ‘비상벨’ 설치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전화와 달리 응급실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응급실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경찰청 112상황실로 연결돼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출동한다.
응급실 핫라인을 이용하면 일반전화 보다 출동시간이 단축돼 의료진을 보호하고 응급실 진료행위 방해행위 근절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병원들은 기대했다.
이 외에도 난동자가 앞에 있는 경우 전화기 사용이 여의치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 휴대용 리모컨 버튼을 누르거나 스위치를 발로 밟으면 경찰서로 신고되는 방식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진 폭행·협박사건은 893건이 발생했고, 이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93명에 그쳤다.
특히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단 2명에 불과했고 벌금형은 25명이었다. 처벌 자체를 받지 않은 가해자도 214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