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로 내년 3월 시행을 예고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허가특허연계제는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특허권자)와 제네릭 제약사 간 특허 소송이 진행될 시 식약처가 자동적으로 해당 제네릭의 판매를 1년간 제한하는 '시판방지 규정'을 핵심으로 한다.
또 승소를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무효화한 제네릭 제약사에게는 1년간 독점 판매권을 부여하는 제도도 포함된다.
즉 오리지날 의약품에 대해 맨 처음으로 제네릭 품목 허가를 신청한 뒤 승소한 제약사에게 경쟁 제네릭사의 진입을 방지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하는 약사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향후 입법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제약업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식약처 입법 개정안의 개선점 등을 피력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의약품허가특허연계제에 대한 맹점 부분을 지적한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남 변리사는 "특허권이나 지혜권은 창작행위를 했을 때 그 보상으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창작행위가 없는 퍼스트 제네릭사에 독점권을 주는 것은 지식재산권과 헌법에 반하는 행위다"라며 "부실한 의약품 특허에 대해 승소한 제네릭사에 1년씩이나 독점권을 주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약사 간 소송을 통해 부실 특허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식약처 내 특수 부서를 개설해 특허 무효심판을 식약처가 진행하는 공적논리 해결이 우선이다"라며 "무작정 12개월 독점권을 부여하는 입법 예고는 당치않으며 이런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 역시 독점 제네릭사 발생시 예고될 문제점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박실비아 센터장은 "퍼스트 제네릭사에 독점권을 주면 제약사 간 담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며 "특히 제네릭이 개발 되더라도 시장 진입이 늦춰지게 되므로 독점 제네릭이 생기게 되면 두 번째, 세 번째 복제약도 늦어지므로 제네릭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입법 개정안과는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퍼스트 제네릭이 세컨드 제네릭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사실 역시 이미 확인됐다"며 "퍼스트 제네릭이 충분한 제도적, 현실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데 여기에 독점권을 더 부여해 제도를 복잡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피력했다.
식약처의 허가특허연계제가 고유 영역을 초과해 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까지 침범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됐다.
심 변호사는 "이러한 법 개정은 식약처 판단의 전문성 부재로 인해 법적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허가특허연계법안은 실체법적인 판단 요소를 삭제하고 절차법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을 고려하지 않은 약사법 개정안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바이오의약품협회 이문섭 자문 변호사도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한미 FTA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데 한미 FTA 조항에는 합성의약품만이 포함돼 있고 바이오의약품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즉 미국과 한국이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규제하는 법 조항이 다르므로 사실 국내 식약처 입법안은 바이오약이 빠지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과 의약품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허가특허연계제를 실시할 시 바이오시밀러를 다수 보유한 외자사들이 식약처 법안에 따라 특허를 제기할 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문섭 변호사는 "이대로 법안이 마련될 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동 판매금지조항이 세계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존재하게 된다"며 "시판금지규정은 사실상 비정상적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에게 굉장히 유리한 제도이다. 또 법원의 판단 없이 식약처가 사실상 제네릭 시판을 막는 가처분 시행권을 지니게 되는 맹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