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최근 한의사에게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받은 환자를 치료한 의사가 피소되자 의료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의협은 29일 의료기관 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5월 부천의 한 한의원에서 30대 환자가 봉침시술을 받고 쇼크에 빠지자, 한의사는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가정의학과 원장 A씨는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와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환자는 사망했다.
문제는 한 달 뒤 사망 환자의 유족이 한의사를 고소하면서 A씨도 함께 고소, 9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처음부터 현장에 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응급상황에 갔다면 보증적 지위에 있다”며 “직접적 불법행위자가 아니더라도 한의사를 도와주러 갔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응급의료법에서 면책은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완전한 면책이 아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토록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응급의료는 불특정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필요할 수 있고 일반인이라도 응급의료를 행할 경우가 있는데, 응급환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을 경우 의사는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의료인이 응급의료나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면책하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한 과실의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어 민형사상 소송이 부당하게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생명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활동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응급구조 목적의 의료활동에 고의가 없을 경우 그 책임을 면제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선량한 마음으로 앞장서서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는 사람은 반드시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때 우리 주위에 선한 사마리아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번 소송은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소송으로 즉시 취하돼야 한다”며 “이번 일로 의사에게 부당한 결과가 있게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느 의사가 나서려 하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