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장관은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고, 장관의 발언 직후 복지부 실무진은 검토에 들어갔다.
이날 저녁 복지부 실무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임 장관 발언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다만 논의하는 내용이 DRG 등의 청구가 유예된다는 식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DRG는 요양기관의 95% 이상이 정상적으로 청구하고 있고, 실제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장관의 언급이 있는 만큼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어떤 편의를 봐줄 수 있는지 정도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심평원 관계자는 "최근 임 장관이 우리 원을 방문해 DRG 관련 평가자료를 받을 때 너무 융통성 없고 빡빡하게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질 관리 지표 등을 새로 받고, 청구 등의 과정이 다소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부터 DRG 청구를 하던 의료기관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자세한 사항은 복지부와 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요양기관에 제공한 청구프로그램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 개선점을 찾고 있다"며 "다만 최근 들어 DRG에 관한 문의전화가 많이 감소하는 등 의사들이 빠르게 제도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임 장관의 발언을 '요양기관이 제출한 자료가 다소 미비하더라도 급여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또 DRG를 운용하면서 늘어난 요양기관의 행정부담을 덜어주라는 의미로도 해석한다.
임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DRG에 관한 의료계의 고충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협과 대화 문(門) 열려 있어"
이날 임 장관은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언제든지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장관은 의협에 당부할 것이 있느냐는 한 질문에 "당부는 하대의 표현으로 적절치 않다"면서 대화의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 복지부와 의협의 면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지난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의협이 진정성 없이 떼쓰기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었다.
복지부 실무진에서도 의정 면담이 이뤄지려면 의협이 정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임 장관은 과거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가족 중에 의사가 있다며 의료계와의 친분을 드러냈지만 덕담 수준이었다.
이번 발언 역시 원론적으로 의협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장관의 발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