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금 대불제도 위헌성
최청희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2013.01.13 20:00 댓글쓰기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이 성립되거나 중재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이에 따른 금원(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중재원이 위 미지급금을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규정하고 있다(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참조).

 

위와 같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라는 측면에서는 일견 획기적인 제도라 할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민법의 기본원리인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사고를 직접 야기한 의료인이 아닌 손해배상금 대불금의 재원을 부담하는 자(의료기관 개설자)가 실질적으로 그 책임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위 대불금은 모든 의료기관 개설자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부담하는 재원으로 마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위 대불금의 입법목적에 대해서는 일응 수긍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적합하여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의료분쟁조정법 규정상 문제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75조에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즉, 법률에서 이미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법적 근거만 규정하고 있을 뿐, 부과요건, 부과비율, 납부방법 등은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로써 납부의무자인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도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시행하면서 법에 대불 금액 등을 정하지 않고, 하위 법령에 포괄 위임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인고의 세월 끝에 시행되었다. 그러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이고, 위헌성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당초 의도했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목적을 달성해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조기에 정착되려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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