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사 '위기'···베트남 2000억 수출시장 '흔들'
2등급→6등급 하락 의약품 입찰자격 위태···류영진 식약처장 방문 등 총력
2018.05.09 06:22 댓글쓰기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제약사의 베트남 의약품 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는 베트남 정부의 의료기관 의약품 구매 입찰기준 변경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달하고 최근 중국 제재 등으로 새로운 동남아 수출 대안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추이가 주목된다.

8일 제약계에 따르면 베트남 의약품 입찰 규정이 바뀌면서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입찰 등급이 대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트남은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을 마련, 오는 7월 시행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허가받은 의약품만 1~2등급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는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도 2등급으로 우대받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조항은 폐지된다. PIC/S 가입국인 우리나라 의약품 입찰등급은 현행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의약품 입찰 등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해외 제약사들이 1~6등급 중 높은 등급을 얻을수록 공급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커지는데 6등급을 받아선 입찰이 어렵다.


사실상 퇴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곳에 수출되는 국내 의약품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수출기업 수는 50곳 이상이다. 

제약협회, TF 구성 의견 수렴해 베트남 정부에 의견서 전달


상황이 급박해지자 우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태스크포스(TF)를 조직, 국내 제약사들 입장을 취합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의를 거쳐 베트남 정부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이 적지 않고, 국내 의약품이 고도의 품질관리체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2등급 유지가 마땅하다는 주장이 담겼다.


우리나라는 2014년 PIC/S에 이어 2016년 의약품 규제 선진국 모임인 국제규제조화회의(ICH)에도 가입했다. 특히 의약품 등급 조정이 베트남 정부와 제약산업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약협회는 베트남제약협회와 양국 제약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해 9월에는 미래협력포럼을 공동 개최하는 등의 상호협력 프로그램도 가동키로 했다.


지난 3월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 당시에도 이와 관련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사진)도 오는 5월16일 1박2일 일정으로 베트남 방문길에 나선다.


류 처장과 식약처 실무진은 제약바이오협회가 마련한 국내 제약 기존 2등급 유지 이유 등을 수렴해서 베트남 보건부와 관계당국에 이를 피력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장님의 베트남 방문에 앞서 실무진의 개별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베트남 측의 의도를 파악한 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제약계 관계자는 “입찰 기준이 바뀌면 국내 제약사들이 입게 되는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길이 아예 막히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불안감을 피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베트남이 자국 산업 보호 및 육성과 함께 국민들이 효과나 안전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을 소비하도록 내린 조치로 알고 있다”면서 “식약처만 쳐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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