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불똥'···국내사 '역차별' 우려
제약계,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선 파장 예고 속 건보재정 '위협'
2018.04.02 12:00 댓글쓰기

한국과 미국 정부가 FTA 개정협상에서 글로벌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약가제도를 개선 또는 보완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국내 환자들의 약값 상승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또 신약 개발에 대한 제약계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근심도 나온다.


의료계에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케어의 원활한 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 제도(한국의 수입 신약 가격 책정 제도)를 한·미 FTA에 합치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약의 약가를 정할 때 효과 개선, 부작용 감소, 제형 개선 등 다양한 지표를 고려, 환자 부담 및 건강보험의 재정을 줄일 수 있도록 사용량 약값 연동제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 같은 국내 건강보험 약값 제도를 두고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별 신약 가격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신약 가격은 OECD 회원국 평균가격의 44% 정도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등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일정 조건을 갖춰야만 약품 가격의 10%를 높여주는 정책도 차별적인 규제라고 지적해 왔다.


이는 미국 제약업계가 줄곧 요구해 왔던 사항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의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 제약업계 요구만 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보험체계가 다른 미국과 한국시장의 약품 가격 정책을 단순 비교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약품 구매 시장은 민간 보험을, 한국은 공공보험(국민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 약품 가격 인상은 곧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에서 큰 차이가 있는 다국적기업과 신약가격, 인센티브 등에서 동일하게 대우한다면 국내 제약업계는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협상 대상은 국내 약값 결정제도 전반의 내용이 아닌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에 한정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정리된 지침이나 내용이 전달 된 후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신약에 대해 약값을 우대한다.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되고 국내 임상․R&D 투자 등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한 약제의 약가를 우대하고 등재 기간을 단축한다.


의료계 한 인사는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는 그들의 주장은 곧 약가를 높여달라는 의미”라며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예고되고 있는 정부로선 짐이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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