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학계, 의료진, 언론이 항암 신약의 등재기간 단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에선 신속한 급여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자평하는 동시에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은 1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이사장 임영혁) 제16차 정기심포지엄 및 총회’에서 ‘암 환자의 약제 접근성 확대를 위한 길’ 특별 세션을 개최했다.
오는 8월 문재인 케어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의 주제는 ‘하루라도 더 빨리···시간과 싸우는 암 치료 현장, 암 환자의 약제 접근성 확대를 위한 길’이었다.
먼저 ‘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환경 개선 요구’를 주제로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비급여 약제를 1년 이상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백 대표는 “암 치료에 있어 적응증이 허가된 약제는 다수지만 정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제는 거의 없다. 비급여 약제는 환자 입장에서 치료비 부담이 상당한데 중산층도 소득보다 높은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4기 암은 완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환자가 본인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급여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항암 신약·치료법 빠르게 바뀌지만 국내 제도는 많이 뒤처져"
주제 발표에서는 ‘비급여 약제의 신속 급여화 방안 모색’ 일환으로 ‘선(先) 등재 후(後) 평가제’ 도입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김요은 연구교수는 항암 신약의 출시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과 환자의 약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김 교수 주제 발표에서 “연구 분석 결과 A7 조정 최저가 또는 9개국의 조정 최저가 수준으로 항암제를 선등재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급하게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항암신약의 환자 접근성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한편 제약사 환급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중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국내 도입 약제의 적응증 확대’ 발표를 진행한 대한종양내과학회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최근 새로운 항암 신약 개발과 함께 암 치료 전략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의 보험급여 제도는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 질환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할 때 환자와 정부, 기타 이해 당사자 간의 타협점을 찾아 건강보험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심평원 "급여율 상향 등 일정부분 성과"
패널토론에서는 현재 암보협 위원으로 활동 중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국내 약제 접근성의 현실이 언급됐다.
윤 대표는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약제의 신속한 허가와 급여 적용 여부로, 11조원이라는 귀중한 건강보험 재정이 무늬만 4대중증 질환인 환자들이 아닌 새로운 약제와 치료가 시급한 4기 암환자 등 실제 중증 질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대표로 참석한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는 건강보험 제도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제 환자들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보다 폭넓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패널로 참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희정 실장은 “2016년~2017년 항암제의 보험 급여율은 거의 배제되는 약제 없이 90% 이상 급여권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항암 신약의 심평원 검토 기간은 약 150일로 내부적으로도 기간을 더 단축시키고자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평원이 단독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만큼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항암 신약의 신속 급여 등재 방안에 대해 수차례 개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고 최근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과장은 “선등재 후평가 제도 도입의 경우, 이후 재평가 과정에서 수용되지 않았을 때 환자 분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면서 “허가초과 부분은 환자분들과 전문가 분들의 견해 차이가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 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좌장으로 참석한 김태유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일선 의료현장 목소리가 제도화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협력단을 출범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있어 전문가집단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대한종양내과학회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