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최근 SNS에서 간호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이 벌어진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간호학과 학생으로 추정되는 A씨가 최근 간호사 커뮤니티에 “어느 대학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관장 실습을 실시한다”고 작성한 글이 간호대생들의 폭로에 불을 지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제비뽑기를 통해 한 명을 뽑아 관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작성한 글에는 A씨처럼 실제 관장 실습을 경험했다는 간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폭로가 줄을 이었다.
다수의 간호대 재학생, 졸업생들은 ‘우리 학교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했다’, ‘우리 학교는 간호대 학생을 대상으로 폴리 삽입을 실시하기도 했다’, ‘관장뿐만 아니라 학생을 대상으로 한 L-tube 실습도 있었다’ 등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다른 간호대생 B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체 모형이 조잡하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직접 실습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교수님이 재학생들끼리 서로 관장실습을 하도록 지도했다”면서 “학생들이 모두 원치 않아서 4~5명으로 구성된 조마다 한 명씩 제비뽑기로 실습 대상자를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기들끼리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지만 직접적으로 교수님께 얘기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면서 “4년간 봐야하는 교수님께 찍히면 학교생활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계속되는 학생들의 고백에 현직 간호사들은 간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관장실습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병원 간호사 C씨는 “간호사로 근무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주변에 물어봐도 이런 실습은 한 적 없다고 했다. 간호사 관련된 폭로가 최근에 많이 나오면서 학생들이 용기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교수들의 논리는 잘못됐다. 그렇게 치면 환자들이 경험하는 빈도수가 많은 치료행위도 전부 간호사들이 경험해봐야 한다. 항생제, 항암제도 맞아보고 환자들이 자주 먹는 약도 다 먹어보고 CT, MRI도 찍어봐야 한다.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논리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D씨는 “수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더욱 수치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자신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교수가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이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간호대생들을 대상으로 관장실습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들은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
E대학 관계자는 “수업에는 교수의 재량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정확한 수업 내용을 알기가 어렵다. 학교가 알고 있지는 못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교수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수업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