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지난해 국내 수입된 원료의약품의 30%는 중국산이지만,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공급되는 원료의약품 수입국 1위는 중국이다. 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최대 원료 공급처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번 발암 물질 함유 고혈압 약 파동을 계기로 품질 관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입액은 총 58억8227만 달러(6조5646억원)로, 이중 원료의약품은 18억888만 달러(2조187억원)를 차지했다.
국가별 수입현황을 보면 중국이 5억5225만 달러(6163억원)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일본 2억8582만 달러(3189억원), 인도 1억6877만 달러(1883억원), 오스트리아 등 기타 71개국 1억6109만 달러(1797억원), 미국 1억5110만 달러(1686억원) 순이었다.
중국산 원료는 원가 절감 효과가 좋다. 국산보다 20~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MP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에서 갖췄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은 품질 관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논란이 된 원료를 생산한 화하이는 중국 제약산업을 견인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급 하이테크기술기업' '국가 혁신형 기업' 등 중앙 및 지방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았지만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제약사가 제조공정 일부를 변경하면서 불순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지만, 이 사실을 유럽의약청(EMA)가 발견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EMA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 조사를 실시해 사실을 인정했다. 합성의약품의 경우 제조공정이나 제조법이 바뀌면 품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이 원료를 사용해 고혈압약을 제조·판매해온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사건으로 매출과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원료 관리 손 놓은 식약처, 제약사에 의존"
더 큰 문제는 EMA처럼 필터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식약처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원료의약품 품질 관리는 각 제약사가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에는 실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품목 허가를 처음 받을 때 제약사가 제출하는 원료 수입 관련 서류를 검토할 뿐이다. 더러 해외 원료 공장 조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드물다.
의약품 허가가 떨어난 후 관리는 온전히 제약사의 몫이다. 원료를 수입한 제약사 내 품질관리(QC) 부서에서 안전성 등에 관한 샘플조사를 진행한다.
상위 제약사들은 내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운영되고 있지만 제네릭 생산을 주로 하는 중소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있다. 문제는 중국 원료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소규모'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급이나 사용, 유통 등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가 지는데,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며 "식약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직접 관리가 어렵다면 제약바이오협회 등을 통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식약처는 의약품 해외 공장을 등록할 경우 현지실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2016년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약물의 품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원료 공급업체의 잘못으로 생긴 사건에 불과한 만큼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 대변인은 "수천개가 되는 해외 업체의 수입 원료를 검사하고 관리하는 일을 식약처가 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해외에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 그때서야 점검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도 EMA 발표를 모니터링하면서 후속조치를 취했는데, 이 이상 대응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인력으로는 제약사들이 제출하는 밸류데이션 서류를 보고 변동이 있는 사항만 점검하고 있다"며 "중국 화하이가 제조공정을 바꿔 불순물이 생긴 사례를 갖고, '중국산 원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면 안되고 또 세계보건기구(WHO) 발암물질 2A 등급이 그리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