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그동안 현장에서 소위 ‘반짝 인증’으로 불리며 일시적 점검을 위한 보여주기식 인증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병원이 인증을 받기 위해 간호사들이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잡무에 동원돼왔던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인증이 다가오면 간호사들은 쉴 시간이 없다”면서 “병원 내 창틀닦기, 풀뽑기 등 모든 곳에서 필요한 잡무를 한다. 1인 4역쯤 맡는 것 같다. 그래서 인증을 앞두고는 다들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인증제 기간을 앞두면 중소병원은 힘들어진다. 간호사를 채용하면 인증제를 앞두고 전부 퇴사하고 인증이 끝나면 다시 들어온다. 많은 중소병원들이 이런 일을 겪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인증제에 준비할 것들이 많아지는데 사람을 뽑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가 2018년 3월부터 4월까지 2개월에 거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의료기관평가인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1만5278명 중 71.5%(10847명)은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부담을 느껴 휴직이나 이직을 고려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노조와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로 인한 간호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노조는 “평가인증제는 병원 인력난을 가중시켜 의료 질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하반기 시행 예정인 3주기 평가인증을 유보하고 완전히 새로운 평가인증제도를 마련해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고위 관계자는 “노조, 협회, 학회, 전문가 등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특히 현장 의견을 듣고 객관적으로 여러 조사를 거쳤다. 이에 따라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변화된 기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는 9월 말에는 인증제 지침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조사원에 따라 편차가 생긴다는 한계를 개선하기 우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침서를 발간해 편차를 줄여갈 계획이다.
그는 “현장에서 환자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인증제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며 “현장이 어려움을 더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협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간호사들에게 인증제가 심각한 문제였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인증평가가 개선돼 이직이 발생하거나 퇴사하는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