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지난 7월 상급병실료 급여화 이후 상급종합병원들의 입원비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의 입원비 부담이 늘면서 대형병원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 이후 42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급여비 수익이 크게 늘었다.
2018년 7월과 8월 42개 상급종합병원 입원급여비 수익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95억원(38.7%), 시행 직전 2개월 입원급여비와 비교해서는 509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의원은 "병원들이 제도 시행에 발맞춰 기존 4~6인실을 줄이고, 2·3인실을 늘리는 등 병실 규모를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환자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명분으로 42개 상급종합병원의 입원료 수익을 정부가 지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1일부터 기존 종합병원급 이상 4~6인실에만 적용하던 건강보험을 2∙3인실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과 61곳 종합병원의 2∙3인실 총 1만4588여곳이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연간 3796억원의 건강보험료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중 상급종합병원 2∙3인실 입원료는 연간 237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 동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실 이하 일반병실이 부족해 환자 84%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2·3인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 요인 중 하나로 상급병실료가 지적된 이유다. 이에 복지부는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3인실까지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하자 병원은 4~6인실의 일반병실을 줄이고 2∙3인실을 늘렸다.
제도 시행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4인실 148개, 5인실 63개, 6인실 236개 등 4~6인실에서 총 447개 병상을 줄이고, 2인실 338개, 3인실 114개 등 2·3인실에서 총 452개 병상을 늘렸다.
61개 종합병원의 경우도 6인실은 무려 2009개 병상이 줄어든 반면 2·3인실 병상은 1419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모두 더하면 4~6인실은 1095개 병상이 줄었고 2∙3인실은 1871개 병상이 늘었다.
윤소하 의원은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공실 우려가 없기 때문에 병실 규모 변화를 통해 추가 재정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42개 상급종합병원 내 입원급여비 쏠림도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 첫 달인 올 7월 입원급여비 상위 10개 의료기관의 입원급여비 총액은 4997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7월 3262억원보다 1735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입원환자 입장에서는 다인실 병상이 줄어 의료비 추가 지출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6인실 하루 입원료는 6만3160원이며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이중 20%에 해당하는 1만2630원이다. 2인실 하루 입원료는 16만1700원이며, 본인부담금은 50%에 해당하는 8만850원으로 최대 하루 6만8220원의 차이가 난다.
문제는 4~6인실이 줄어든 만큼 다인실 이용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기존 다인실을 이용하는데 비해 6배가 넘는 본인부담금을 지출해야 할 상황"이라며 "환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한 '상급병실료 건강보험 적용'이 오히려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병원이 4~6인실을 줄이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며 "보장성을 강화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 안정적인 수익만 지원해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의원은 "2·3인실 입원료를 4인실 수준으로 낮춰 병원이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도록 통제하고 정책 목표를 훼손한 병원에 대한 패널티를 주는 등 복지부의 적극적인 정책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