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서류 상으로는 의사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더라도 사실상 사무장에게 임대해준 것이라면 불법 행위이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26민사부(재판장 허무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 운영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공단이 1심에서 패소한 부분을 취소하고 총 17억2505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비의료인 조 모씨는 서울 강동구에 K요양병원을 개설, 의사 심 모 씨와 한의사 진 모씨를 고용해 운영했다. 병원 건물은 I주식회사 소유였고 이 회사 대표 김 모 씨는 조 씨의 남편이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의사 심 씨가 임차인이었지만 이후 한의사 진 씨로 변경됐다. 김 씨는 한의사 진 씨 명의로 대출을 받고 그의 신용보증기금 구상금 채무에 관해 연대보증까지 했다.
또 인테리어 공사비용, 의료방지 구입대금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으며, 원무과 직원들로부터 보험금 청구내역 등을 구두로 보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I업체와 김씨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청구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단은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공단은 “지급의무가 없는 요양급여비용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고, 김 씨가 가담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식회사 I업체가 의사 심 씨와의 임대차계약을 가장해 사실상 무상으로 조 씨에게 병원 건물을 임대하는 등 조 씨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들은 “조 씨의 남편 김 씨는 조 씨의 지급요청에 응해 운영자금을 증여한 것에 불과하고, 회사 I업체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가장행위가 아니므로 공동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김 씨와 조 씨가 의사, 한의사들과 공모해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는 위법행위를 했고, 요양급여비용 17억2505만여원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게 했다”고 판시했다.
또 “ I주시회사 대표 김 씨가 회삿돈으로 병원 공사비용을 부담하고, 의사 심 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가장해 실질적으로는 이들 부부가 해당 건물을 병원으로 사용했을뿐만 아니라 김 씨가 한의사 진 씨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구상금 채무 연대보증까지 해 의료법 위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 제35조에 따라 I 주식회사와 김 대표는 공단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