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한달 여를 맞이한 가운데 의료 현장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국회의원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국회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 제도정착을 위한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28일 처벌 1년 유예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처벌이 다소 완화되는 토대가 마련됐음에도 일선 의료 현장은 여전히 혼란을 토로하고 있다.
허대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는 “‘어느 누구도 고통스러운 임종을 원하지 않는다’가 바로 연명의료결정법 입법 취지”라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국민들이 90%에 달하지만 실제 법적 서식 작성자들은 10% 미만이다. 입법 취지를 못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며, 연명 의료의 유보와 중단 개념이 혼재돼있다고 꼬집었다.
연명의료 중단은 현행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통해 결정이 어떻게든 이뤄질 수 있지만 유보의 경우 환자 의사 확인 가능 여부 치료 방침 결정 여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 시행 이후 연명의료 유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유보의 경우 환자 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가족이 환자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지원팀에서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한다”며 “국내 의료계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가족이 환자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 전원의 동의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
류현욱 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법이 (연명의료) 유보와 중단을 같이 묶어서 절차 과정까지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단과 유보를 분리해 기존 DNR을 법적 테두리안에서 작성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리인 지정·전산시스템 혼란도 지속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윤리분과 위원장은 “개정 법률은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이 갖고 있던 중대한 흠결 중 일부를 긴급하게 치유했지만 아직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상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윤리분과 위원장 또한 “현실 가족 관계는 다양하다”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 대리인 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복잡한 가족 관계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법 시행과 함께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 대한 의료진의 불만이 폭발해 난항을 겪기도 했다.
문재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간사는 “전산시스템이 의료현장 의사들이 일하는 동선과 방식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EMR 개편을 위해서도 1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측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전산시스템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지적의 핵심”이라며 “향후 전산시스템 고도화하고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시간적 할애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박미라 과장은 “예산, 인력 등 의향서 작성 인프라 확충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캠페인 등도 병행해 조금 더 일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