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권지민 기자]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 된지 5개월이 흘렀지만 가족 합의를 얻는 과정에서 현장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여전히 보완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과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료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가족의 합의가 동반돼야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가족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각계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1만1,528명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선택했고 해당 제도의 필수 기구인 의료기관 윤리의원회를 등록한 병원도 59곳에서 현재 148곳으로 세배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환자 본인 의사가 담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결정된 사례는 66건으로 전체의 0.6%밖에 되지 않았으며 연명의료 중단의 절반이상은 환자 가족 진술과 합의를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가족의 합의를 얻는 과정에서 형제 등 가족이 너무 많은 경우, 가족 간 의사소통이 불가한 경우, 가족이 외국에 가 있는 경우, 가족 간 관계가 단절된 경우 등으로 인해 동의를 얻는데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병원협회 김선태 대외협력 부위원장은 “가족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민원과 법적분쟁의 위험이 있기도 하고 가족의 수나 가족 구성원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존재한다”며 “가족이 없는 환자(무연고자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연명의료법은 환자를 위한 법”이라고 강조하면서 “대국민적 홍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토대로 미리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 의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문화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해당 제도 등록기관을 늘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이 법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및 국민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연명의료중단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가족의 범위를 좁히고 임종을 앞둔 시점에서의 연명의료 중단 여부보다는 사전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충분한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 판단이 어려운 경우 대리 판단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부장은 “담당 기관으로써 연명의료결정제도에 관해 매일 1000통에 가까운 전화를 받는다”면서 “해당 법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와 가족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리동의의 필요성이 요구된다”며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무연고자 등에 대해 대리동의를 할 수 있는 지정대리인의 제도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 시행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성급한 단계이지만 현장의 소리를 듣고 전반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