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강타 '회계 리스크'
삼성바이오로직스 쇼크·연구개발비 회계처리 테마감리 등 악재 잇달아
2018.05.03 06:28 댓글쓰기

제약·바이오업계에 '회계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잠정 결론과 함께 연구개발비 테마감리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9.77포인트(0.39%) 떨어진 2505.61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수가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보다 17.21%(8만4000원) 하락한 40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식 거래량은 전날보다 10배 늘어난 231만9000여주를 기록했다. 이날 증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5조원에 달한다.

전날 금감원이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해당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로 바꿔 반영한 것은 회계 처리 위반에 해당한다"고 발표하면서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 처리를 통해서 이득을 얻지 않았으며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회계 위반과 관련해 부당한 판단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심병화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회계 처리 변경은 관련 회계기준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고 2015년 당시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호열 상무 역시 "외부와의 충분한 상의를 거쳐서 진행했고 회사 혼자서 독단적으로 판단한 건 전혀 없다"며 "향후 단계를 거쳐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며, 부당한 판단이 나올 경우 행정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을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있어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할 때 관련 회계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변경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된 과정이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심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합작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가 될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회사가 다른 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투자하게 되면, 투자받은 회사는 통상 ‘자회사’로 분류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지분의 50%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관계사 전환은 일반적인 기업지배 관계를 벗어난 회계처리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최대 ‘50%-1주’까지만 에피스의 지분을 확대할 수 있어, 여전히 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지분의 50% 이상을 갖게 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 당시 외부 감사인의 감사조서에 담기지 않았다"며 "복제약에 불과한 바이오시밀러가 승인됐단 이유만으로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는 일은 국제회계기준 원칙이나 전례에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외부 감사인을 속였든지 외부 감사인도 분식회계를 공모했단 뜻"이라며 "감사조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금감원 보고를 받은 후 다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한 증선위 결정이 내려지면 관련 규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검찰 고발·통보 조치를 의결하고 위반금액 규모가 자기자본의 2.5% 이상(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 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쇼크'에 다른 제약·바이오주도 덩달아 위축된 모양새다.

셀트리온(-4.43%)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2.90%), 메디톡스(-2.48%), 바이로메드(-0.83%), 네이처셀(-5.40%) 등 시총 상위 바이오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또한, 금감원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테마감리도 여전히 악재로 남아있다. 지난달 금감원은 10개 제약·바이오업체를 대상으로 회계처리와 관련해 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상 1상 진입 전(前) 신약 개발 등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자산 처리했거나 자산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바이오업체가 우선 감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체의 경우 자산화비율이 높지 않지만 사업 계획이 변경됐음에도 과거 자산으로 처리했던 부분에 대한 평가손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회사를 감리 대상으로 삼는다.

감리 결과, 회계 부정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에서 검찰 고발까지 중요도에 따른 제재조치가 내려진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충격에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테마감리까지 더해지면서 '회계 리스크'가 업계를 뒤덮고 있다"며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싶지만, 불안감을 없앨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이슈가 잠잠하니, 이제는 회계 리스크가 떠올랐다"며 "아무리 자정활동을 하고 브랜드 가치 및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해도 이런 이슈 하나면 허사가 되니 허탈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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