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지난 6월 취임한 제일병원 서주태 원장이 한달 여만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총파업 이후 노사 합의로 체불임금 지급 등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던 병원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30일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서주태 병원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한명훈 진료부원장이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병원 측은 “서주태 원장이 추진했던 경영 정상화 노력이 노조 반대로 무산되면서 실망감을 느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파업 철회 이후 노사가 협력해 병원이 안정되길 바랐지만 상황은 더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서주태 병원장 부임 후 경영진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검진센터 매각’을 검토했다. 검진 센터 매각 대금으로 밀린 임금 지급과 같은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의도였다.
매입 후보는 이사장 일가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신세계 그룹이었다.
병원 측은 “신규 자금 투입을 위해 신세계에 자산을 파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노조 반대로 무산됐다”며 “노조는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는 투자자를 후보로 내세우고, 신세계 앞에서 검진센터 매각 반대 집회까지 열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 노조는 시세보다 헐값에 병원의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을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세계가 병원 경영 참여가 아닌 건물만 매입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노조 측은 “부동산측에 알아보니 검진센터는 땅값만 105억원 정도였다”며 “그런데 신세계에 시세보다 훨씬 낮은 100억원에 넘기려고 해서 반대했고, 우리가 소개한 투자자를 경영진이 비밀리에 접촉해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건강검진센터는 병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담보 설정이 돼 있어 팔더라도 50억원 정도만 현금으로 쥘 수 있어 유동성 해소가 어렵다. 게다가 신세계가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건물만 매매하는 것은 병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 경영진과 노조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임금 체불 기간은 길어져 내달이면 4개월째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전 직원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사장 만큼은 매달 18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꼬박꼬박 챙겨왔다고 노조는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의사는 임금의 20%를 지급받지 못했고, 나머지 직원은 50%가 미지급됐다”며 “특히 7월에는 월급의 35%만 들어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직원들과 달리 이사장은 꾸준히 1800만원 정도 급여를 받아왔다”며 “고통 분담에 나서기는 커녕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병원 측은 "노조의 몽리로 병원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노조가 8월 15일까지 새 외부 투자자를 데려오지 못할 경우 자신들이 추천한 투자자로 선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이에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서 병원장이 사퇴하면서 이번 사태가 더 악화돼 앞날이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