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미국 내 약가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0일 법무법인 광장이 미국 법무법인 폴리앤라드너LLP(Foley & Lardner LLP)와 함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제약기업을 위한 미국 시장현황 세미나'를 열고 변화하는 정책 환경과 접근법 등을 제시했다.
데이비드 샌더스(David Sanders) 변호사[사진]는 "미국 정부 의약품 가격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며 "중앙 정부가 약가를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제3자인 민간보험이 비용을 지불하는 미국의 약가는 높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정 부담을 느낀 미국 정부는 약가 인하를 위한 방안으로, 다른 나라에서 제네릭을 수입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 변화는 한국에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 세계 제약시장 점유율이 49%에 달하며, 미국만 놓고 보면 43%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미국 제약사들의 사회적 평판이 나쁘고, 약 관리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샌더스 변호사는 "과거 한 제약사가 에이즈 환자들이 복용하는 치료제 가격을 무려 50배나 인상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이 있었다"며 "오바마 케어도 성공하지 못하면서 재정부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약가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 중이다. 그 정책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다. 낮은 약가와 고품질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한국은 공보험 체계 아래 약가가 인위적으로 낮게 결정돼 있어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할 때 약가를 다운시켜야 하는 부담이 없다"면서 "더 큰 장점은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LG, 현대 등 한국 대기업들의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있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실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도 품질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현지 규제 한국보다 엄격하고 다양한 변수 고려해야 고비용 부메랑 없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이 같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이에 해당 제약사의 상황에 맞춰 여러 가지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박금낭 광장 변호사는 "제약은 규제산업이고, 미국은 한국보다 규제가 더 엄격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빅파마들과 지적재산권 등 법적 분쟁을 경험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 합의에 실패해 소송으로 이어지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규제 당국인 FDA도 한국 식약처와 달라 수수료를 안 받는 대신 문제가 생겨도 가이드를 해주는 일이 없다"며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제약들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 변수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 회사들과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그 형태는 대략 5가지로 요약된다.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및 전략적 제휴 △M&A △위탁제조(Contract Manufacturing) △라이선스 및 로얄티 계약 △그린필드 방식(미국 내 공장 설립하는 등 해외직접투자) 등이다.
샌더스 변호사는 "셀트리온과 대웅제약 등 한국 제약사들이 미국 GMP기준을 일부 미충족해 시장 진출이 딜레이 된 경험이 있다"며 "GMP 요구사항을 통과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제조업체를 찾는 일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모가 큰 제약사라면 돈은 들지만 직접적인 생산관리가 가능한 '그린필드방식'을 추천하고, 만약 의약품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제약사라면 라이선스 및 로얄티 계약을, 제네릭 중심의 중소제약사라면 '위탁제조' 방식을 고려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