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 환자의 상태와는 관계없이 심사조정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심평의학’의 문제가 지적되곤 했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의료현장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 전면 급여화가 시작됐고 급증하게 될 심사물량을 커버할 인력의 한계가 생기면서 심사체계 개편 고민이 시작됐다. 건건이 심사하는 방식을 벗어난 전반적으로 흐름으로 의료의 질과 의학적 타당성 기반으로 경향심사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아직 세부적 틀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큰 변화 중 하나는 ‘동료의사평가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같은 지역, 동일한 진료과 의사들이 본인의 청구 건을 확인한다는 목적이다. 삭감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의료계는 즉각 반대했다. 경향심사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서울사무소 8층에서 진행된 ‘심사체계개편협의체’ 1차 회의를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고심했던 ‘심사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건별 심사에서 기관별 진료경향을 파악해 왜곡된 청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기관에 대해 심층심사를 진행한다는 골자다.
경향분석, 집중분석, 중재, 적용의 단계를 거쳐 ▲의료 질과 비용 통합관리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 ▲공공성이 강하고 전문성과 자율성 보장이 필요한 영역 ▲과잉진료 영역 ▲의료이용 왜곡이 우려되는 영역을 대상으로 심사를 우선 진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쟁점이 되는 절차는 ‘중재’로 여기에 동료의사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형태의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심사 조정 시 동료의 판단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심평원 중앙심사조정위원회에 심사위원 일정 비율을 의약단체 추천 인사로 구성하고 '심사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기존 심사체계와는 다른 형태의 안건이 공유됐다.
회의 방식 불만 의협 ’퇴장' vs 심평원 ’난감'
이날 회의는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회의 시작 1시간이 지난 시점에 의협은 퇴장했다. 회의 방식에 강한 불만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의협 변형규 보험이사는 심평원 기자실을 찾아 “경향심사만 다루는 것인지 몰랐다. 이미 심평원은 심사체계 개편을 경향심사로 설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발표했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변 이사는 “심평원은 회의 시작전에 기자들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 아직 논의 중인데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여지게 됐다. 의협은 관련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의협 측은 경향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전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심평원이 안(案)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대집 의협 회장은 경향심사 문제점에 대해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자 오후 5시가 넘은 시점, 심평원 이영아 심사평가체계 개편추진반장 역시 기자실을 찾아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반장은 “심사체계 개편은 의정협의체 요구사항으로 이번 개편안은 이해관계자와의 논의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1차 협의체 회의를 통해 초안이 나온다는 점을 이미 공지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차원에서는 협의체 위원으로 각 의약단체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의협 역시 동일한 절차를 거쳤고 초안이 나올 것이라고 이미 사전예고했기 때문에 일방적 통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 반장은 “의협이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보겠다. 1차 회의에 참석한 가입자, 공급자, 정부 등 20여명의 협의체 위원들은 심사체계 개편을 위해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