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동국대학교가 제일병원 매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동국대가 제일병원에 서울 충무로역 인근 충무로영상센터와 병원 부지를 맞교환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병원에서 여러 조건들을 내걸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대가 제일병원에 토지 매각을 제안한 것은 제일병원의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제일병원은 동국대 후문에 자리잡고 있어 이 땅을 매입하게 될 경우 캠퍼스를 확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지난 8월부터 동국대의 제일병원 인수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하지만 제일병원은 동국대에 병원 소유 부지만 매각하는 것은 어렵고, 투자금 지원 약속, 병원 경영 및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대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채무와 복잡한 병원 자산 소유 구조 등으로 병원 인수 대신 부지 매입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동국대 관계자는 "사실 인수 관련 사안은 민감한 내용이고, 경영진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협상이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일병원 관계자도 "우리 요구사항이 많다보니 인수가 성사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투자 지원이 확실해야 하고, 제일병원의 설립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고용승계를 해주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동국대가 다시 제일병원에 수정 협상안을 제안한 바 있어 인수전이 어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제일병원은 오랫동안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 왔다. 임금체불이 지속되면서 병원 노조는 지난 5월 총파업에 나섰고,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은 격화됐다.
이사장이 경영난을 타개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건강건진센터 매각을 검토하면서 갈등이 더 고조된 것이다. 병원은 사정이 나아지면 '환매'할 수 있는 조건으로 신세계그룹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노조는 시세보다 헐값에 병원의 주요 자산을 특수관계(친인척)에 있는 사람에게 매각한다는 점에서 극렬히 반대했다.
현재 제일병원의 의사는 20% 가량 삭감된 급여를 지급받고 있으며, 행정 및 진료지원 부서, 간호부는 임금의 40%를 삭감당한 상태다.
지속된 임금체불로 간호인력 이탈이 계속되면서 병동이 축소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 타개를 위해 새롭게 선임된 서주태 원장마저 취임 한 달여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