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면역항암제가 대세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선정되면서 그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제약사들은 얼마나 대응하고 있을까.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이 13%씩 증가해 2022년에는 1900억 달러(약 21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3세대 항암제로 분류되는 '면역항암제'는 2015년 169억 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 758억 달러(약 85조원)로 급성장하고 있다.
약가가 '억' 소리 나게 비싸지만,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이유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몸 속에 있는 면역세포를 이용해서 암 세포를 공격하게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개발에 뛰어든 다국적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 주자로는 MSD이 폐암 치료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BMS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꼽힌다.
면역체계를 교란하는 'PD-1'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두 약은 2014년 출시 이후 고속성장해 연 매출이 조(兆) 단위에 달한다.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가 바로 이 단백질을 발견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는 타깃물질인 'CTLA-4'를 찾아냈다.
한 외자사 관계자는 "항암제는 기존 치료제가 가진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났다"며 "다국적 제약사가 선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진출하기 위해선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항암제 개발 시 생기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 2016년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설립한 바이오벤처 '이뮨온시아'가 면역항암제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PD-L1을 타깃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IMC-001’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바이오벤처 에이비엘바이오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여 면역 항암제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이외에 굳티셀, 앱클론 등 바이오벤처와의 공동연구, 기술도입 계약 체결에 6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동아에스티는 올초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중인 3가지 면역항암제 타깃에 대한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물질탐색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일본 바이오회사 타카라바이로부터 항암바이러스 신약 'Canerpaturev'을 도입해 국내 독점 개발하고 있다. 작년 말 애비브에 6300억원 규모에 기술 수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해당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셀도 지난해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항암제 개발에 돌입, 올해 임상 1상 진입에 들어갈 계획이다.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는 지난 6월 미국 FDA로부터 간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보령제약의 바이오벤처인 '보령바이젠셀'은 암세포를 효율적으로 찾아가는 면역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국내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개발이 붐이 된지 2~3년 됐지만, 사실 국내사의 경우 제품 상용화보단 일정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며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 제약업계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타깃이 제한된 면역항암제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가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