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제주녹지국제병원(녹지국제병원)의 운명이 ‘공론조사’로 결정될 전망이다.
국내 1호 영리병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는 허가 결정을 계속 미뤄왔고, 결국 7월30일~31일 이틀에 걸친 토론회와 공론조사 등 과정을 거쳐 9월 중순께 권고안이 원희룡 도지사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주최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녹지국제병원 제주시지역 도민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갈렸다.
인도주의실쳔의사협의회 우석균 대표는 “영리병원은 의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1인당 진료시간이 줄어들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며 “사망률도 비영리병원보다 1.2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태국 사례를 들며 “의료관광 명목으로 영리병원 다수 들어섰지만 맹장·담낭수술 등 비용이 50% 늘고, 도시로 의사들이 몰리면서 도농 간 의료격차도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신은규 교수는 “영리병원 의료비가 많음에도 사망률이 높은 것은 위험성이 큰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말하는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덕목은 형평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인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형평성만 강조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창출된 이익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리감독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 이전에는 제주도와 복지부 간에 영리병원 논란 책임을 떠넘기는 듯 한 모습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복지부가 비공개를 전제로 제주도에 보낸 공문에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이므로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 허가 입장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는 올해 3월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를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최종 결정키로 한 것이다.
시민단체 “주민 74.7% 반대, 공론조사 불필요”
제주도 내외 시민단체들은 30일 주민들의 상당수가 녹지국제병원을 반대하는 만큼 공론조사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의료민영화 중단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제주도가 공론조사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지난 2015년 도민설문조사가 이미 진행됐고, 여기서 제주도민 74.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 설립 절차를 거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민간의료기관이 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영리화에 취약하다”며 “영리병원은 전체 의료비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설립 승인을 받았고, 총 778억원이 투입돼 2만 8002㎡에 연면적 1만 8253㎡(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완공됐다. 여기에 일찍이 직원 고용 등도 마친 상황이다.
하지만 승인 이전부터 녹지국제병원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 2013년 2월 중국 천진화업그룹에서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복지부는 이듬해인 9월에 불허했다. 모기업 대표가 사기 대출 혐의로 구속됐고, 회사 역시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이후 2015년 2월 중국 녹지그룹에서 영리병원 개설에 다시금 뛰어 들었고, 같은해 12월 복지부는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때도 녹지국제병원 설립과 운영에 국내 의료자본이 중국과 협력해 영리병원 사업에 진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문재인 정부의 의료공공성 강화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더해지면서 녹지국제병원 사태는 현재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