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그 동안 비용 문제 때문에 주저했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중소병원과 종합병원 간 입원료 역전 현상이 발
생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들은 벌써부터 4·5인실을 줄이고, 2·3인 병실을 늘리고 있다”며 “실제로 정부가 추산한 재정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낭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을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아닌 상급병실료 보장에 매년 2000억원 이상씩 낭비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의협을 포함해 의료계는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현재 본인부담상한제, 암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확정 받은 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하는 산정특례제도, 저소득층의 급여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의료급여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협의회는 “겉으로는 병실료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고 홍보하면서도, 뒤로는 중산층 국민의 병실료를 할인해주는 수준의 정책에 연간 2000억원의 재정을 낭비할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실상 진료비 할인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의료 이용 빈도가 높은 산정특례 질환자와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한 것은 납득하기 힙들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포퓰리즘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상급병실료 급여화 제도 시행을 백지화 한 후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협상을 시작하라”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한의원협회도 “입원료마저 역전시켜 의원급 의료기관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개원가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도 보상은 커녕 오히려 수가협상 결렬을 유도한 반면, 병원에는 2.1% 인상률에 합의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2~3인실 병동만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은 작은 병의원에는 입원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과연 정부가 일차의료 활성화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몰락하면 의원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리고 중증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병원은 경증환자로 붐빌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문재인 정부가 일차의료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종합병원 이상에만 국한된 2~3인실 병동 급여화의 즉각적인 중단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적정수가를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상급병실료 급여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비급여 전면 급여화라는 명목으로 상급병실료 급여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2~3인실 병실료의 급여화가 지금 이 순간에 꼭 필요한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비급여가 전면 급여화가 되면 병원들의 재정파탄이 불보듯 뻔한데 이를 묵과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