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시장 구원투수 등극 '이재용 부회장'
바이오시밀러 약가 개선 등 규제 완화 요구 논란 예고
2018.08.09 07:3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口]에 침체 국면에 빠졌던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바이오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과 규제완화 등을 직접 언급하며 구체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가격 관련 규제 완화 요구로 논란도 예상된다.

8일 삼성은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통해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중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힌 '바이오'는 이 부회장이 일찌감치 '제2의 반도체'로 낙점했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리며 성공신화를 썼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바이오'를 통해 삼성의 새 역사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삼성은 지난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시작한 바이오 부문을 키워 2011년 4월 인천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하고 다음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몸집을 늘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 세계 3위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하며, 유럽과 미국을 겨냥해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등을 내놓았다. 

삼성 측은 “바이오 사업은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고령화와 만성·난치질환 증가 등으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만큼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한동안 풀이 죽어있던 제약·바이오 시장이 서서히 반등을 꾀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종가 대비 7.08% 급등한 45만400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이는 8월 들어 가장 낮았던 2일 종가인 37만8000원과 비교하면 20.10% 상승한 수치다.

코스피 상위 업종에서 의약품 등락률 +2.95%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08% 상승율을, 셀트리온과 종근당바이오는 각각 0.55%, 0.25% 소폭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약가 규제 완화 발언을 두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약값을 높여주거나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뜨거운 감자'이다. 

삼성의 계열사 60여 곳 중 유일하게 참석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은 바이오시밀러 약가 정책 개선 및 바이오 의약품 원료물질의 수입·통관 효율 개선, 각종 세제 완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시장의 자율 경쟁과 입찰을 통해 약가가 결정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자발적인 시장 경쟁으로 약가를 형성한다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의료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의약계에선 반대의견을 내놨다.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에 비해 이미 약가 우대를 하고 있으며, 약가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책정하자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년에 바이오시밀러 약값이 낮다고 해서 70%에서 80%정도로 보전을 해 줬는데 또 다시 높이자고 하는 것이 얼마나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약가를 결정할 수 있는 단위를 보건당국이 아니라 민간자율 독립기구를 만들자고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 의원은 "약의 공공성, 의료의 공공성을 우선으로 두는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시장경쟁논리로만 얘기하고 있다"며 "왜 우리나라의 대기업 재벌 총수가 미국의 기업들이 요청했던 이런 부분을 똑같이 요청하고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의아함이 든다"고 비판했다.

약사단체도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가격 규제 완화 제안에 일침을 놓았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논평을 통해 "기존 합성의약품의 경우 제네릭으로 등재되면 1년 후 53.55%로 상한가가 하락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의 70%까지 보험약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어 "삼성이 국내 건강보험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요구를 당당히 하는 이유는 ‘이재용표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불법을 자행한 삼성의 더 높은 이윤 보장 방안이 아니라 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는 삼성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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