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의료일원화 합의문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비공개 회의로 진행된 의한정협의체에서 도출된 합의문에 대한 주장이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문을 수정 제안한 것도 의협이고 수정안을 한의협은 두 차례나 받아들였다”며 “지난달 31일 회의에서는 협의체 대표단이 했지만 그 이후에는 최대집 회장이 직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한정협의체에서 마련된 합의문은 실무진이 임시안으로 만든 것”이라며 “의협은 합의문 초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천명한 것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최혁용 회장은 “최대집 회장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협상단의 임시안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는 한의협이 협상 상대로 신의와 성실성을 보장받지 못한 것”이라며 “수정된 합의문의 마지막 부분은 모두가 합의 하에 넣은 문구”라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의협이 내부적인 문제로 합의문 초안에 대한 회원 대상의 설득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혁용 회장은 “최대집 회장이 의료일원화에 대한 기조를 굳게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의협 내부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면 내부적으로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사실대로 밝히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한의협 주장에 의협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대집 회장이 합의문 초안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적 없으며 한의협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실무자가 최대집 회장에게 합의문 내용에 대해 보고를 했지만 최대집 회장은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없다”며 “한의협 최혁용 회장과 최대집 회장이 만나 복지부와 합의문 초안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합의문 초안을 만드는 작업에 최대집 회장이 관여한 바 없음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다.
정 대변인은 “의협-한의협-복지부 간 3자 합의는 됐는데 의협이 내부 설득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한의협이 기자회견과 함께 공개한 의한정 협의체 경과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의한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의협의 실무자가 ‘기존 면허 통합방안을 해결 방안으로 수정을 요청했고 이를 의협 내부에서 설득해 오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정 대변인은 “협상단 실무자가 회원들을 설득해서 오겠다고 표현했을 리가 없다”며 “내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협의 해명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이 합의문 초안에 부정적이면 초안이라는 것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합의문이 작성됐다는 것은 협상단과 회장과의 교감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과의 교감없이 합의문 초안이 작성됐다면 이는 담당자 문책이 당연하다”며 “그리고 왜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면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에는 9월 4일까지 합의문 초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