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2차 비상총회 후 브리핑에서 "총 380명 중 283명(약 75%)의 교수들이 이달 25일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들은 19일부터 사직서를 비대위에 제출하고 비대위가 25일에 이를 일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11일 긴급총회를 열고 18일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서울의대 비대위를 포함한 전국 20개 의대 교수 비대위(전국 비대위)가 지난 15일 열린 2차 온라인 총회에서 오늘 25일 이후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을 재논의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18일 2차 비상총회에서 사직서를 19일 또는 25일 일괄 제출하는 방안과 25일부터 자율적으로 내는 단계적 제출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교수들은 25일에 일괄 제출하는 쪽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방 위원장은 "사직서가 제출돼도 수리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진료는 한다"면서도 "교수들이 현재 피로도가 워낙 쌓여있다. 신체적 한계에 맞춰 진행하되 응급‧중증환자를 최우선으로 사직서가 수리되기까지 최선을 다해 진료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원주의과대 교수 75.3% '사직 찬성'
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교수들로 구성된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오후 임시전체교수회를 진행하고 사직서 제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유된 설문조사 결과가 사직서 제출 쪽으로 기운 가운데, 교수들은 오는 25일에 일괄 사직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오늘(19일) 오전 구체적인 의결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속 교수들이 포함된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평의회는 별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5.3%에 이르는 교수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평의회는 "더 이상 정부를 믿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의대 교육이 붕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교수평의회가 주도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했다"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및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교수에도 '강경 대응' 시사
교수들 "정부, 의대 정원 배분 강행 시 대화의 장(場)은 열리지 않을 것"
교수들의 이 같은 호소와 결의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7일 오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내고 집단 행동하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말 대단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명령을 내릴 수가 있다"며 "정부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움직임이 감지되자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린 데 이어,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에 방재승 위원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단시간에 이 사태를 종결시키고자 교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직서 제출밖에 없다. 사직서 수리 여부는 한 달 뒤에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오는 20일 의대별 정원 배분을 확정하고 발표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증원분 2000명 중 1600명은 비수도권의대에, 나머지 400명은 수도권의대에 배정될 전망이다.
방 위원장은 "정부가 만약 내년도 정원을 발표한다면 이후에는 도저히 대화의 장(場)이 열릴 수 없다"며 "의료파국은 분명히 정부의 잘못이다. 제발 정원을 확정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