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지난해 5월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후 1년여 만에 재발의됐다. 제21대 국회에서만 3번째다.
다만 그동안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간호사 출신 여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에 힘을 실었다면 4·10 총선이 지난 현재 여당과 야당이 함께 뜻을 모았다.
또 정부가 현재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간호인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의 제도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법안 발의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다 정교해진 법안이 약 한 달 남은 21대 국회 회기 내 마찰 없이 보건의료직역 간 업무범위를 재정의할 수 있을지 촉각이 곤두세워진다.
지난해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같은 해 5월 30일 재의에 실패해 폐기됐지만 지난해 11월, 올해 3월, 올해 4월 다시 등장했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번 최연숙 의원안은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 자유통일당 등 여야 4당이 함께 뜻을 모았다.
간호사 업무범위, ‘진료보조’→‘의사 지도·처방 하에 시행 범위’
눈여겨볼 점은 기존 폐기된 간호법에서 ‘진료보조’라고만 명시된 간호사 업무범위가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범위’로 구체화됐으며, 이를 ‘복지부령’으로 정부에 위임했다는 점이다.
또 포괄성을 띠어 논란이 불거졌던 ‘지역사회’라는 문구는 삭제되고 ‘간호사 등이 종사하는 보건의료기관, 시설 및 재가 등 다양한 영역’으로 법안 목적의 범위를 좁혔다.
이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타 의료 직역에서 제기한 업무범위 침해 문제를 진화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와 전공의 사직 등 의료대란을 거치며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지시받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거부를 강하게 호소하고 있는 점도 십분 반영됐다.
재발의된 간호법들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거부권’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뒀다.
유의동 의원안,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단독개원 여지 논란 예상
다만 3월 유의동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은 제30조에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내용을 담아 논란의 불씨가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자적으로 간호사가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해 의료계가 주장한 ‘간호사 단독 개원’ 논란 여지를 남겨놨다. 4월 최연숙 의원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앞서 고영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은 지난해 7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총에서 결정된 간호법 재추진 방침에 따라 후속으로 추진된 법안이다.
보건의료직역 갈등 조정 불구 의료기사들 요구 ‘업무침해 상호 처벌’ 빠져
이는 민주당 차원에서 간호법 재추진 방침이 결정된 후 복지위 간사인 고영인 의원이 2달 동안 대한간호협회, 의료기사단체, 간호조무사협회 등과 면담을 통해 내용을 조정했다.
다만 의료기사단체의 요구사항들은 고영인 의원안을 비롯한 다음 간호법들에 최종 반영되지 못했다.
이는 “간호사의 진료보조 범위에 의료기사법과 응급의료법에서 규정한 업무내용 제외규정을 명시하고, 이를 침해할 시 상호처벌하는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요구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야 4당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쟁점 법안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거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
최연숙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대통령실도 간호법 필요성에 공감했고 지난해 야당도 간호법을 발의했기 때문에 지금은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단 이번 회기 내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야 날짜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