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치 하루만에 또 파행···간호법 등 불투명
이달 2일, 채상병특검법 통과···與 "야당 입법폭주, 거부권 요구" 반발
2024.05.03 05:55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4·10 총선과 영수회담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또 강하게 충돌했다. 


21대 국회 회기 만료를 약 한 달 앞두고 여야 관계가 다시 '입법폭주', '대통령 거부권'을 거론하는 살얼음판을 걷게 되면서, 산적한 보건의료 법안들 전망도 어두워졌다. 


5월 2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상정돼 처리됐다.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지 3달 만이다. 


그러나 일명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본래 의사일정에는 상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하면서 해당 법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국민의힘 측은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했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제외한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해당 법안이 가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협치의 희망을 국민께 드리고자 노력했음에도 오늘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했다"고 규탄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면 본회의 의사 일정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여당은 여야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21대 국회는 물론 22대 국회 의사일정도 원만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처리한 민주당과 이에 가담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규탄한다. 이는 22대 국회 예고편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과 함께 마음을 모아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입법폭주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주당 측은 "오늘 통과한 법안은 모두 정쟁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봤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이 진정한 재발방지 시작이며 정부와 국회의 책무"라고 맞불을 놨다. 


간호법·지역의사제·공공의대설립법·필수의료육성법 등 추이 촉각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당일 여야 원내대표가 5월 임시회 일정 합의에 실패했다가 5월 2일 겨우 잡힌 본회의가 충돌로 끝나면서 '여야 협치는 단 하루만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새로운 간호법을 비롯해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법, 필수의료육성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의료계 이목이 쏠린 법안들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폐기된 간호법처럼 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직회부(패스트트랙) 방법으로 법안을 상정해 단독 통과시키고, 국민의힘이 대통령에 거부권을 건의하는 그림이 재현되며 21대 국회가 막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새 간호법의 경우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부터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 정부는 5월 내 간호법 통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 역할이 커졌고, 여당과 야당이 함께 뜻을 모으고 있어 5월 말 본회의에서 통과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여야가 의사일정에 원만히 합의했을 때의 경우의 이야기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법에 대해 여야가 '협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 고영인 의원은 "국민의힘도 총선 공약으로 지역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을 발표했다"며 "본회의에서 합의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사위 논의가 계속 미뤄진다면 복지위 민주당 위원들은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며 직회부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이대로 여야 갈등이 지속되면 의사일정 합의 뿐 아니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시나리오마저도 남은 한 달 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좌절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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