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혈액 검사로 폐암을 비롯해 췌장암, 유방암 등 6대 암을 97% 진단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주식회사 엑소퍼트 공동연구팀은 세포마다 다르게 분비하는 엑소좀과 라만신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조기에 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28일 밝혔다.
암은 초기 단계에 발견해야 더 나은 치료 기회가 주어지지만, 암종별로 검사법이 서로 달라 검사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특정 암종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종양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체외에서 검출하는 액체생검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물질은 엑소좀이다. 엑소좀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 메신저로 상호 의견이나 정보를 주고받는 것처럼 세포들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입자다.
엑소좀은 세포 종류나 상태(질병, 정상 등)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 혈액검사로 분리한 엑소좀을 분석하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지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엑소좀은 몸속 종양세포 분자 정보도 간직하며 혈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연구팀은 암종마다 별도 방법으로 엑소좀을 검출할 필요 없이, 종합적인 엑소좀 패턴 변화를 나노기술 등으로 분석해 한 번의 테스트로 6종 암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연구팀은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석하고, 표면증강라만분광학(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바이오센싱 기술로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을 대변할 수 있는 2만개 이상 라만신호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만들어 6종의 암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엑소좀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폐암을 비롯해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을 97% 정확도(ROC 커브의 AUC 기준)로 감지할 수 있었다. 90% 민감도와 94% 특이도를 달성했다.
암 존재뿐만 아니라 평균 90% 이상 정확도로 암종의 종류(Tissue of origin)까지 식별해낼 수 있었다. 특히 II기 이하 초기 기수에서도 88%의 암 진단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76% 환자에서 암종 정보를 정확히 판별해냈다.
최연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최근 암 진단 분야의 화두인 '다중 암 조기 발견 (MCED)'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초기 암 환자를 더 빨리 치료 단계로 유도해 사망률 뿐 아니라 암 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실제 진단검사 영역에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개발과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