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치료기가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중입자치료기가 없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야 했던 국내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탄소 원자로 암세포 ‘정밀 타격’…치료 효과 높아
지금까지 암 치료 최전선에는 양성자치료기가 있었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원자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70%에 달하는 속도까지 가속해 환자 몸속으로 조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입자는 인체 표면에서 특정 깊이에 도달하는 동안 일정한 에너지를 유지하다가 특정 깊이에 있는 암세포에 모든 에너지를 한 번에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양성자가 갖는 특성은 정상 생체조직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전달하지 않고 암세포 조직만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국내에선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양성자치료기에 대적하는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중입자치료기다. 중입자치료기는 체내 깊숙이 자리잡은 암세포에 탄소입자를 발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기다.
양성자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입자를 사용해 짧은 시간에 더 큰 힘으로 암세포를 파괴한다.
양성자치료기보다 2~3배 높은 암세포 살상 능력을 갖추고 있어 환자가 치료받아야 하는 횟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기존 암 치료에 사용되던 치료기보다 훨씬 효과를 볼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고 있다.
연세의료원, 국내 첫 도입…전립선암 우선 적용
우리나라에선 연세대학교의료원이 첫 번째로 도입해 4~5월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도시바 제품으로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특히 회전형 치료기 2대를 선보이는 것은 연세의료원이 최초다.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며 회전형이 들어간 곳은 일본 2곳, 독일 1곳이다. 3곳도 회전형은 1대씩 보유 중이다.
현재 장비 설치를 완료한 가운데 적정 조사를 위한 마지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운영 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하는 등 최종 허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먼저 고정형의 경우 최적 치료 대상인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초기에는 예후가 좋은 전립선암 환자를 우선 적용하고, 점차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전형의 경우 장비 설치는 끝났지만, 고정형보다 규모가 방대하다 보니 마무리 작업이 애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어느 방향에서든 중입자를 조사하기에 10도 단위로 세분화해 적정조사가 필요하다. 중입자치료기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기 절반 수준이다.
치료기 3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하루 약 50여 명의 환자가 치료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익재 센터장은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하면 각종 난치암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서 “특히 치료 시간이 짧고 통증이 없어 치료 당일 귀가할 수 있고 정상 세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입자치료기 장점은 ‘브래그 피크(bragg peak)’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암세포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생체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없다.
그런데 중입자치료기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암 조직에서 대부분 에너지를 발산하는 특징이 있다. 이 특성을 ‘브래그 피크’라 한다.
정상조직에 영향을 덜 주고, 암 조직에만 정밀타격하기 때문에 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강하다.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4000~5000만원 높은 비용은 단점
중입자 치료 단점은 비싼 비용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날 때 드는 비용만 1~2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중입자 치료 비용은 약 4000~5000만원이다. 일본보다 저렴한 비용이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특히 양성자 치료가 만 18세 이하 소아종양, 방사선 치료 부위 재발암, 두경부암 등에서 급여가 인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환자 입장에선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입자치료기 도입으로 국내 암 환자 치료 인프라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홍인 교수는 “중입자 치료는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연세의료원은 앞으로도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가장 먼저 선보여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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