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사회 : CAR-T 치료제, 정밀의학 등 암 치료 패러다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태원 암병원장 : 암 치료 패러다임 중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곳은 진단 영역이다. 액체생검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 유전자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진단기술이 발달하며 전이암 생존율도 일부 암을 제외하고 2배 정도 증가했다. 특히 세포치료제, 면역항암제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어떤 환자에게 어떤 순서로 적용할지도 정립해 가야 할 시점이다.
허수영 암병원장 :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야가 각광받으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모든 트렌드에는 허와 실이 있는 만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모든 연구자가 트렌드만 쫓다 보면 가장 중요한 기초의학이 등한시될 우려가 있기에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진섭 암병원장 : 지금까지 세포치료, 유전자 치료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뛰어넘어 조직이나 고형암 치료가 정밀의료 타깃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많은 의료 및 암 관련 데이터가 있는 만큼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일선 진료현장에서 그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도 뒷받침 돼야 한다.
이용우 암병원장 : 많은 병원이 연구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임상에만 몰두해 있었다면 이제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여러 정책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병원에서도 기업, 연구소와 협력해 결실을 맺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이른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특히 암환자 생존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다. 급여 적용, 신약 허가와 같은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할 때 당국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사회 : 암 치료 질(質)을 높이기 위해 시행 중인 암 적정성 평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큰데.
우홍균 암병원장 : 암 적정성 평가에서 대부분 100점을 받다 보니 정부에서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평가지표로 피해를 보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암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을 해야 하는 평가지표 탓에 병원에서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환자들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김태원 암병원장 : 다학제 진료가 암 적정성 평가지표에 포함되면서 일선 현장에서 불만이 상당하다. 모든 암에 다학제가 필요하진 않다. 특히 초기암의 경우 진단 후 수술만 하면 되는데 굳이 필요없는 다학제가 평가지표에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괴리를 느끼고 있다. 모든 암을 일괄 다학제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지표다. 이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이우용 암병원장 : 여러 진료과 의사가 최적의 치료법을 함께 찾아가는 다학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천편일률적 적용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적정성 평가는 말 그대로 적정한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모르겠다. 특히 적정성 평가에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자율권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더 어려운 평가지표를 만드는 시스템은 검토가 필요하다.
김태원 암병원장 : 암 환자 쏠림 현상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을 절감한다. 실제 영상검사의 경우 지연이 상당한 편이다. 발생빈도가 높은 암의 경우 서울이나 지방이나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 적정성 평가의 설계가 정교하게 이뤄지면 암 환자 쏠림 현상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 : 마지막으로 국내 암 치료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자면.
최진섭 암병원장 :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입장에서 트렌드를 쫓아가는 경향이 짙다. 아이콘 부재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의료 분야에서는 큰 병원이 이러한 역할을 해야한다다.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많은 병원이 데이터와 전략을 공유해 전 세계 암 치료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
허수영 암병원장 : 암 치료에서도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수술이 보편화 되고 방사선 치료도 양성자와 중입자까지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 중요한 건 이러한 첨단 치료와 함께 연구도 함께 가야한다는 점이다. 임상과 연구의 균형감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
김태원 암병원장 : 우리나라 암 치료 성적은 최상위인데 암생존자 돌봄에서도 최상위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치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으나 케어에 대해서는 부족한 게 많다. 이제는 돌봄 케어에서는 어떻게 질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우홍균 암병원장 : 암 치료 수준이 높아졌으나 부작용에 대한 관리는 선진국을 좇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암 치료뿐만 아니라 생존자에 대한 관리 역시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의무다.
이용우 암병원장 : 글로벌 마켓에서 제약사 70% 이상이 암 관련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결국은 우리 암병원이 이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환자 치료율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 암 치료를 하는데 암 종마다 데이터를 갖고 있고, 이런 데이터가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난치암, 희귀암 등에 대해 데이터를 취합할 경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