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자의 가족을 우선채용하는 등 일명 '고용세습'이 이뤄지는 기관으로 지목되는 병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1980년~1990년대 산업재해가 많았던 제조업 분야에서 체결된 단체협약 조항이 노동계에서 표준화됐지만 현재는 사문화(死文化)됐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실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는 원광의대 산본병원, 인천기독병원, 한일병원(진주), 건국대충주병원, 경농의료재단 양산병원 등이 직원 세습과 관련해서 '문제 기관'으로 언급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금년 5~6월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가운데는 이들 병원이 정년퇴직자 가족을 우선채용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보장하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해당 단체협약 조항은 공정성을 해치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병원들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인천기독병원 관계자는 "단체협약에 조항이 남아있는 건 맞다. 그러나 실제로 한 번도 그러한 경로로 채용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건국대충주병원 관계자는 "가족채용이 실제 이행된 적이 없고 해당 조항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며 "올해 고용노동부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아 개정하려 했는데 교섭에 차질이 있어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정이 이러한데 병원이 언급되니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실제 이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단체협약 조항 문구로 남아 있어 병원들이 오해를 받는 상황인데, 단체협약은 노사 교섭을 통해 개정해야 한다.
이에 병원 사정에 따라 매년 임금단체협약 시 다른 시급한 조항을 우선 개정하거나, 교섭에 차질을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개정을 못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도 "병원 사업장에서 현대판 음서제가 남아있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과거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생계 지원 차원에서 가족 채용이 의미가 있었지만 병원에서는 산재가 적다"며 "매년 부분적으로 단체협약을 개정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협약에 있다고 해도 이행을 강제하지 않을 뿐더러 산하 사업장에서 실제 그렇게 채용하고 있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