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 시작도 하기 전 삐걱 '커뮤니티 케어'
이건세 위원장 '직역·직능단체 주도권 갈등 심화, 사공 많은 배 우려”
2019.03.26 05:4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작 중요한 환자는 뒷전이에요. 국정과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합니다. 가야할 길이 지난한데 정말 걱정입니다.”
 
단단히 작심한 듯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의 밑그림을 그리고 완성본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핵심 인물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커뮤니티 케어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건세 건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여러 직역과 호흡하며 느꼈던 소회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국내에서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한 몇 안되는 전문가인데다 제도 도입을 위해 출범시킨 정부의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만큼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
 
실제 그는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도입 계획 발표 이후 쏟아지는 강연 요청과 각종 회의 참석으로 하루하루 빽빽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만큼 대면한 직역도 많았다.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의료단체는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한 대부분의 직군과 호흡했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커뮤니티 케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초청에 응하면서 설레였어요. 의료와 복지가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던 국내에 통합돌봄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생각을 하니 흥분됐고, 미력이나마 보태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죠.”
 
하지만 그의 설레임은 1년 여 만에 우려감으로 바뀌었다. ‘커뮤니티 케어의 본질 보다 주도권에만 관심을 갖는 행태들을 경험한 탓이었다.
 
실제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의 추진 방향을 설정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탓에 관련 분야에서는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협력 대신 경쟁 치열 '견제'
 
의료와 복지가 통합, 연계되는 시스템인 만큼 관련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고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특히 탈병원, 탈시설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연계조정 업무를 놓고 지자체 내에서도 의료와 복지 관련 부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세 교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부서 간 정보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퇴원환자의 통합적인 의료-복지-주거 서비스 관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역시 국정과제로 지목된 커뮤니티 케어의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비 심사권에 이어 커뮤니티 케어를 놓고도 동상이몽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각각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주도권을 놓고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일침했다.
 
이어 제대로된 이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도권만 확보하려는 행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작금의 상황만 놓고 보면 제도가 온전하게 정착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도 양상은 비슷하다. 커뮤니티 케어 추진과정에서 한 몫 하려는 각 직역 간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의료계, 병원계, 간호계는 각자의 논리로 제도의 중책을 피력하고 있다.
 
요양병원계는 지역사회 내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 케어 내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약사 등이 근무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방문진료를 가능하게 한다면 지역사회 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간호조무사들은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을 방문보건, 재가장기요양서비스사업으로 규정, 간호조무사의 활용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 인력의 다양성을 위해 '복합면허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원가 역시 바람직한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위해서는 일차의료 살리기를 통해 접근성이 좋은 지역 밀착형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이건세 교수는 각 직능단체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 케어의 올바른 추진 방향 설정이라며 시작도 전에 이런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 정부는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더욱 커지기 전에 구체적인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유관단체나 직능 역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건전한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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