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과잉진료 유발 ‘실손보험’ 향배 촉각
문제인 케어 시행되면 존립 위태, 보험업계 긴장감 높아져
2017.10.17 05:45 댓글쓰기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비의 보장성을 크게 올리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골자는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함으로써 (보장성 강화)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던 부분(비급여)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과 속도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재정을 감당할 방법, 지출을 줄이는 방법, 무엇을 우선에 둘 것인가 등 국민 동의와 충분한 토론과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실손의료보험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면 굳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실제로 쓴 의료비를 돌려주는 민영 의료보험이다.

우리 국민 3300만명이 가입했다. ‘제2의 건강 보험’이라 불릴 정도로 가입자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에 불과 하다. 가입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파탄을 막으려 한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보장률은 약 80%이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부실 덩어리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 보험의 손해율은 지난 20 13년 115.5%, 2014년 122.8%, 2015년 122.1%, 2016년 131%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에서 청구한 보험금을 뺀 것이다.

손해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결국 보험상품을 팔면 팔수록 보험사는 손해만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

보험업계가 집계한 ‘2016년 실손보험 손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64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9979억원)보다 65% 늘어난 것이다.

이에따라 보험사는 실손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 손해보험 협회에 따르면 손보사 11곳의 올들어 실손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9.5%다.

특히 대형 손보사의 인상 폭이 컸다. 삼성화재 (24.8%)를 비롯 현대해상(26.9%), 동부화재(24.8%), KB손해 보험 (26.1%), 메리츠화재(25.6%) 등의 실손보험료 인상폭은 손보사 평균 인상률보다 높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AIG손해보험·ING생명보험 등 일부 보험사는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이유는 과잉진료 때문이다.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가 고가의 도수치료, 마늘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을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보험료를 청구해 상위 청구자 10%에게 전체 보험금의 50∼60%가 쏠리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70%가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력이 없는데 일부 가입자가 과잉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핵심 항목은 ‘도수치료’다.

실손 보험에 많이 청구되는 10대 질환 가운데 절반은 척추계통, 근골격계통 질환 등 도수치료를 자주 시행하는 질환이었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근육이나 관절을 자극해 통증을 줄이는 일종의 물리치료다. 현대인은 하루 중 절반이상 업무를 하고 앉아서 생활한다. 때문에 척추와 관절, 어깨, 근육, 인대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도수치료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비급여 의료비로 의료기관에서 받은 도수치료비를 모두 보험 처리할 수 있었다. 일부 의료 기관은 이를 악용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도수치료를 권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통로로 활용해왔다.

보험개발원 조사 결과, 도수치료는 병원별로 치료비가 1700배 (회당 1000원~170만원) 차이가 날 정도로 치료비가 들쭉 날쭉이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 급여항목이었던 2005년까지 치료비가 회당 1만원 이하였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으로 전환된 이후 실손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회당 10만~2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지급이 늘어나면 보험사들은 손해를 메우려고 매년 보험료를 올린다.

일부의 과잉진료나 의료 쇼핑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졌고 이는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들 보험료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한 비급여 진료비는 우리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일부 양심을 저버린 병·의원의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실손 보험을 악용한 이른바 ‘의료 쇼핑’을 부추기며 의료 시장을 크게 왜곡시켰다.

결국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보험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짐을 함께 나눠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실손보험 이용행태는 그런 본질을 무색케 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실행과 더불어 보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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