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메르스 3년만에 재입국···병원계 초긴장
음압병상 설치·병상 이격거리 확보 등 미비, '학습효과 기반 철저 대응'
2018.09.10 05:4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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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달갑지 않은 메르스가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악몽 재현에 대한 두려움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물론 3년 전과 달리 보건당국과 의료기관들이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예의주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병원들은 다시금 찾아온 불청객 메르스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무려 30년 만에 의료기관 시설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감염병에 취약했던 의료기관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해 다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악몽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가장 큰 변화는 음압병상과 병상 간 이격거리 확보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300병상에 1, 추가 100병상 당 1개의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토록 했다.
 
음압병실은 국가지정병상에 준하는 시설(병실면적 15, 전실보유)이 원칙이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전실 없는 음압격리병실과 이동형 음압기 설치까지 인정해 주기로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음압격리병실 부족 문제가 제기된데 따른 조치로,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상급종합병원 자격 박탈 등의 패널티를 적용키로 했다.
 
입원실 병상 간 이격거리 설정도 메르스 후속 대책 중 하나였다.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들이 대거 감염된 사례에 비춰 병상 간 일정거리를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신증축 입원실의 경우 병상 간 1.5m, 기존 시설의 경우 1m를 확보토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선 병원들의 음압병실과 이격거리 확보 모두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기존 병원들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20181231일까지 그 시점을 유예했다. 아직 4개월 정도가 남았다는 얘기다.
 
실제 음압병실의 경우 대상기관 대부분이 아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 십억원에 달하는 설치비용 부담 때문이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들의 허가병상수를 기준으로 지정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음압격리병상 설치비용을 추계한 결과, 총 6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상급종합병원의 허가병상수는 총 42678개로, 300병상 당 1개 및 추가 100병상 당 1개의 음압격리병상을 설치기준을 적용하면 총 327개가 필요하다.
 
음압격리병상 1개 당 설치비용이 2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총 654억원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국내 단일병원 중 가장 많은 병상을 운영 중인 서울아산병원이 음압격리병상 설치 의무화에 최대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의 허가병상은 2700개로, ‘300병상 당 1, 추가 100병상 당 1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총 25개의 음압격리병상을 설치해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은 무려 50억원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2091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18개의 음압병상 설치비로 36억원의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17, 34억원)과 서울대병원(15, 30억원) 등도 30억원 이상을 지출해야 할 처지로, 4 병원들의 비용부담이 상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부는 최근 음압병상 설치 의무화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국가지정병상에 해당하는 만큼 기존에 이미 확보된 음압병실에서 치료할 수 있었지만 다른 병원은 여전히 음압병실이 없는 상태다.
 
병상 간 이격거리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사안인 만큼 이미 기준을 맞춘 기관들도 있지만 상당수 병원들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메르스 사태로 도입된 핵심 시설기준 2개 모두 아직 미완의 상태라며 시설기준만 놓고 본다면 아직 대한민국 병원들은 메르스를 상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써는 3년 전에 처절하게 겪은 학습효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의료진이나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만큼 악몽이 재현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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