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누설 의사 행정처분···복지부, 1심 승(勝)·2심 패(敗)
서울고법 '피해자 고소 없으면 면허정지 불가, 자격정지 처분 취소' 판결
2018.09.20 05: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진료기록을 누설한 행위는 인정되더라도 피해자 고소 없이는 의사면허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진료기록을 누설한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내린 복지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복지부 처분이 타당하다는 1심 재판부 판결을 뒤집고 복지부 처분을 취소했다.

진료기록을 누설한 행위는 인정되지만 해당 의사에 대한 피해자들의 고소 없이는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법률 때문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A성형외과의원 원장 B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관리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C사에 부여했다.
 

시스템에 접속해 얻은 환자의 이름 및 내원 경위, 수술일자, 수술부위 등의 정보로 병원 광고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환자 진료기록을 타인에게 공개했다는 이유로 B원장은 2016년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행정처분 의뢰를 받았고 2017년에는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이 내려졌다.
 

B씨는 본인의 행위는 인정했지만 해당 정보는 진료기록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측은 "이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는 환자 이름, 내원 경위, 수술일자, 수술부위 등으로 비의료인이 작성한 기록에 불과하다"면서 "또한 C사에 이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열람하거나 사본발급하는 방법'으로 내용을 확인하게 할 수 있게 한 적이 없다. 이는 구(舊) 의료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료기록을 B씨와는 다른 시각으로 봤다.


재판부는 구(舊)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환자에 관한 기록이 반드시 진료기록에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C사에 제공한 환자의 이름, 내원 경위, 수술일자, 수술부위 등 정보는 진료기록부에 기록해야 하는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으로서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로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의 '환자에 관한 기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舊)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의료인이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금지한다"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것으로 행위태양을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내원한 환자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C사에 부여한 B씨에게 내려진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씨는 이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진료기록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와 동일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위법 여부를 가름하는 법령에 대한 해석을 달리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처분 당시가 아니라 행위시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舊)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개인정보인 환자 진료 관련 정보가 본인 동의없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C사에 제공한 정보는 구(舊) 의료법 제21조 제1항의 '환자에 관한 기록'에 해당하고 C사 직원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 해당하므로 이에 반하는 B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구(舊)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의료인이 환자에 관해 진료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누설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 의료인을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위반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친고죄로 명시했다.


이 법을 위반한 경우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때에 한해 자격정지 2개월을 규정했다.


재판부는 고소가 없음에도 행정처분을 강행하는 경우 피해자의 비밀이 널리 누설될 염려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같은 경우 행정처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만약 복지부가 제21조 제1항 위반행위에 대해 고소 유무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려고 한다면 온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특히 복지부는 현재까지 20년간 제21조 제1항 위반행위에 대해 고소처분이 없음에도 행정처분을 했다는 아무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B씨에 대해서만 처분을 내리는 것은 자기구속 원칙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굳이 B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 일탈과 남용으로 위법하다"며 "이와 결론이 다른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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