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의 추대…병원계 반목 청산 신호탄되나
경선 일색 병협 회장선거, 화합 모드 전환 계기
2014.05.06 20:00 댓글쓰기

지난 달 25일 마감된 제37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선거 후보 마감결과 백중앙의료원 박상근 의료원장이 단독 입후보 하면서 오는 9일 총회에서 추대 절차만을 남겨 놓게 됐다.

 

現 병원협회 임원선출 시행세칙에 ‘회장 입후보자가 단독일 경우 추대 형식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박상근 의료원장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병협회장에 오르게 된다.

 

병협회장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총회에서 추대로 결정되는 것은 1998년 제29대 노관택 회장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역설하면 지난 16년 간 병협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실제 이 기간 동안 7명의 회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선은 매번 치러졌다.

 

30대 라석찬 회장(홍익병원 이사장)의 경우 노관택 前 회장과 경선을 치렀고, 31대 김광태 회장(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은 故 한동관 관동대학교 의무부총장과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두고 마포 입성에 성공했다.

 

32대 유태전 회장(영등포병원 이사장) 역시 재도전에 나선 故 한동관 부총장과 맞붙어서 승리를 거뒀다. 33대 김철수 회장(양지병원 이사장)은 연세의료원 지훈상 의료원장을 누르고 병협 수장 자리에 올랐다.

 

절치부심하던 지훈상 의료원장은 다음 선거에 재도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후배인 박상근 백중앙의료원 의료원장과 경선을 치른 끝에 34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35대 회장선거는 가장 치열했다. 강보영(안동병원 이사장), 권영욱(천안충무병원 이사장), 김윤수(대윤병원 병원장), 백성길(백성병원 병원장) 등 중소병원 측 후보 4명, 성상철(서울대병원 병원장) 등 대학병원 측 후보 1명 등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기간 동안 권영욱, 김윤수, 백성길 후보가 중도 사퇴했고, 강보영, 성상철 후보가 막판까지 대결을 펼친 끝에 성상철 후보의 승리로 치열했던 선거는 막을 내렸다.

 

전형위원이 13명에서 40명으로 대폭 늘어난 36대 회장선거에서는 김윤수(대윤병원 병원장), 이상호(우리들병원 이사장), 홍정용(동부제일병원 이사장) 등 3명이 경선을 치렀다. 승리는 김윤수 후보의 몫이었다.

 

37대 회장선거 역시 입후보 등록 마감까지 하마평이 무성했지만 중소병원 측에서 입후보를 포기하며 박상근 의료원장의 단독 출마로 귀결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박상근 의료원장은 오는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임원선출 위원 투표를 거치지 않고 추대 형식으로 제37대 병협회장에 등극할 예정이다.

 

16년 만의 회장 추대는 병원계에 적잖은 의미를 던진다. 1959년 전국 68명의 병원장들이 친목 성격의 협회를 창립한 이래 29대 회장까지 줄곧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병원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병협회장 선거는 경쟁구도를 그렸고, 급기야는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의 반목으로 이어지며 ‘교차출마’라는 기이한 선거방식까지 도입했다.

 

회장 추대의 미덕을 상실한 결과는 참혹했다. 각 경선 과정에서 각 직능과 직역의 반목은 심화됐고, 병원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커졌다.

 

때문에 이번 37대 회장 추대는 상당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그 동안의 반목을 청산하고 병원계가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병원계 원로는 “그 동안 경선을 치르면서 적잖은 상처가 남았다”며 “병원계가 난국에 처한 만큼 이제 하나로 뭉쳐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협회나 회원병원들에게 득 보다 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가급적 앞으로 추대 회장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원로는 “병협회장은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회원병원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며 “회원병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장들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