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의대 설립, 정원 5~10% 의생명과학자 양성'
'美 의대생 병역특례제도 참고해 의대생 연구 활용 방안 모색 필요'
2016.01.04 20:00 댓글쓰기

[기획 4]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 의료계, 의학계 연구자들도 노벨상 수상을 기대해볼만하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R&D(연구·개발) 투자액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보건의료분야에 쏟는 투자는 전체 R&D투자액 가운데 10%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의학계 미흡한 투자, 활로 모색하려면 다각도 접근”


R&D 투자액은 매년 늘어 2014년 17조 6395억원에 달하지만 보건의료 분야 투자액은 전체 8.0%인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단기 실적주의 연구문화와 기초연구의학자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각에선 이번 중국 수상이 정부의 지속적 R&D 투자, 과학기술인력 지원, 과학기술에 대한 일관된 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의학계는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 특히 의사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국내 임상의학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에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초의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그 이상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력 향상으로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10년이 지난 2011년 초 보건복지가족부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위한 메디-스타(Medi-star) 프로젝트'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국내 토종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잠재력을 갖춘 20~30대 젊은 의과학자를 매년 10명씩 선정해 개인당 1억 원씩 3년간 지원하고, 우수 성과자는 연간 3억 원씩 5년간 추가 지원키로 한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홍성태 교수는 “이러한 성과주의의 주먹구구식 지원으로는 노벨상 수상은 어렵다”며 “이번 수상 결과가 보여주듯 수십 년 노력의 결실이 있어야 만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의사 양성 아닌 연구중심의과대학 4~5개 설립돼야"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의학교육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남궁성은 회장은 “지금까지는 산업사회에 적합한 임상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중심 의과대학(전국 41개 의과대학)밖에 없었으나 연구중심 의과대학이 4~5개는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미 2년 전, 연구중심병원 10곳이 선정돼 정부 재정 지원으로 임상연구에 열중하고 있으므로 이 병원들에 연구 인력 지원을 위해 연구중심 의과대학(의학대학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의학대학원에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D-PhD program)을 둬 매년 입학 정원의 5~10%를 선발하여 기초와 임상의학을 융·복합(중개연구)하게 해 세계 수준의 의생명과학자 양성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강대희 KAMC 이사장(서울의대 학장)은 (가칭)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사업을 제안하고 나섰다. 교육부와 미래부, 복지부가 각각 시기에 맞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과정 중 기초의과학 전공트랙을 마련해 신진 의사과학자를 만들고, 미래부는 의과대학 졸업 후 기초연구연수의가 될 수 있는 중견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임상전문의 중 의사과학자를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교육부는 의대생 선발부터 졸업까지 의사과학자로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연간 300억원 내외 규모로 연구중심 의과대학 중 기초연구 인프라가 갖춰진 대학에게 지원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지원금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등록금,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지원비 등으로 쓰이게 된다. 이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한 의생명과학 R&BD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의과대학 졸업생 및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다. 기초의학을 전공하자고 하는 전일제 대학원생에 대한 안정적인 연구지원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이다.


강대희 이사장은 “연구중심의대에서 MD 전일제 대학원생 중 매년 100명을 선발하고, 기관지원사업 형태로 개인 인건비, 연구비, 멘토 지원비 등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만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 기여도를 고려한 실질 인건비 계상 등을 위한 관련 법,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의들이 기초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반여건을 조성해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초연구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대희 이사장은 “전문의 혹은 임상 신진교수 중 매년 100명을 선발해 기관지원사업의 형태로 연구 참여도 및 참여시간을 고려한 인건비 및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현재는 연구개발비 품목별 계상기준(제18조 제6항) 등의 규정으로 인건비 지급에 어려움이 있어 미래부와 마찬가지로 실질 인건비 계상을 위한 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美 병역특례 의대생 집단서 노벨상 다수 배출”


그 가운데 베트남 전쟁 당시 징집됐다가 병역특례를 받은 미국 의대 졸업생 가운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등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견이 최근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범순 교수가 최근 미국의과대학협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 4월호에 미국 의학연구자 양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박 교수는 미국에서 의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병역특례제도가 리더 양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줬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3년까지 징집된 수많은 미국인 의대 졸업생 가운데 해마다 100명 이상이 선발돼 NIH에서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복무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정교수로 승진하는 비율이 1.5배 높았고 학과장으로 승진하는 비율도 2배, 학장이 될 비율은 3배나 높았다.


또 1985년에서 2007년 사이 기초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50명 중 9명이, 같은 기간 국가과학자상 수상자 76명 중 10명이 NIH 병역특례 연구원 출신이었다.


미국 의학연구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립보건원 원장 9명 중 4명도 이들 중에서 임용됐다.


결과적으로 전쟁에 직접 참여한 그린베레(Green Berets)와 대비돼 옐로베레(Yellow Berets)라고 불린 이들이 중심 리더로 자리잡았다고 논문은 평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의대 졸업생들에게 일종의 병역특례로 의과학대학원 등에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 앞으로 이 같은 제도의 효과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제도 확대를 위한 정책개발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2015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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