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초음파…급여화 임박 의료계 초긴장
'합리적 수가 책정 올인-대형병원 타격·학술연구 위축 우려'
2013.01.15 19:00 댓글쓰기

[초점]의료계에서 설마 설마했던 초음파 급여화가 2013년 시행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초음파 분야에 대한 급여화 계획을 구상해 왔지만 의료계 반발과 예산 문제 등에 번번이 부딪혀 왔다. 초음파라는 분야가 너무 방대하기에 급여화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의료계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격이다. 실제 현실화될 경우 초음파 검사의 대변혁이 예상되는 2013년. 건강보험 급여화를 목전에 앞둔 의료계의 분주한 모습을 담아봤다.[편집자주]

 

정부가 2013년 10월부터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급여화할 것이란 계획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1조5000억원 규모의 보장성 확대 계획과 의료수가 인상률 등을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복지부는 중증질환에 대한 초음파 검사 급여화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복지부는 1안으로 초음파 전체 급여화를 추진, 1조~1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대규모 적용 방안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단계적 실행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측에서는 초음파 보장성 확대의 경우 추계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 만큼 우선 중증질환에 대해 적용하는 2안을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단계적 급여화의 밑그림은 2013년 암 등 중증질환, 2014년 뇌혈류 검사ㆍ상복부(위, 신장 등)ㆍ하복부(맹장 등) 등, 2015년에는 산전초음파와 생식기ㆍ골관절 등 3년간이다. 2014ㆍ2015년 소요 건보재정 규모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복지부는 단계별 실시 이유에 대해 “당초 추계(6600억)를 상회하는 1조2000억~최대 1조8000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몇 번 이슈가 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초음파 급여화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흑자와 보장성 강화 등이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질환 일차적 시행 윤곽, 득과 실?


현재 초음파는 청진기 역할과 정밀검사 분야 등 과거와는 다르게 거의 대부분의 과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음파 급여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영상의학과, 산부인과 등을 비롯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진료과 및 병원 종별 간 입장 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잘 봉합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일차적 급여화 대상으로 중증질환이 논의되는 것도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의료계는 초음파 급여화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중증질환은 등록사업으로 인해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특정 과에 치중되지 않아 그나마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대한초음파의학회 최준일 보험이사는 “계획 상 가장 먼저 중증질환이 선정된 것은 대상자 파악이 용이해 재정 규모를 추산하기 상대적으로 쉽고, 특정 과에 편중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예측하면서 “특정 적응증과 수가 논의 등이 남은 과제”라고 피력했다.


실제 중증질환이 먼저 진행될 경우 대형병원 위주로 변화가 불가피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비의료인 검사 문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는 “일차적으로는 중증질환이다 보니 시행 시 대형병원 위주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비의료인 검사에 대한 우려는 의료계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원가 계산 역시 의사가 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회 이사장은 “적정 수가를 책정하기 힘들게 되면 앞으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기존처럼 검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초음파 급여화가 만만한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에서는 추진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리적 수가 책정 ‘불투명’…깊어지는 ‘우려감’


일부에서는 초음파 급여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환영하는 시각도 있으나 적정 수가를 받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 이창석 총무이사(학회 보험이사)는 “보험화 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환자 수 증가 역시 예상된다”면서도 “수가의 일방적 통보 방식과 적정 수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수가의 경우 의료계에서도 대응 연구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합리적 수가를 위한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이상주 보험이사는 “초음파 급여화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면서 “복지부 안(案)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로 앞으로가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와 의료계의 대응 연구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가를 비롯 적응증 등 다양한 기준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합리적 수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수가 책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종별ㆍ중증도별 급여화 기준 등 근본적 문제 ‘합의’ 필요”


국내 의학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화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해 학술 연구 분야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원가 문제와 맞물려 투자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준일 보험이사는 “병원 입장에서는 기능이 가장 뛰어나거나 비싼 장비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면서 “국내 초음파 분야가 아시아 쪽에서는 앞서가는 부분이다. 학술 연구가 혹여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어느 단계까지 건강보험에 적용시킬지 그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도 부각되고 있다.


그는 “경증, 스크리닝 환자 등 보험을 어디까지 적용해주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청진기 역할과 정밀검사 분야 등을 모두 같은 수가로 묶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철학적인 문제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신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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